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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이제 계급장 떼고 봉사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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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 수사(사랑의 선교 수사회)
 
  사람들은 마더 데레사를 기억할 때면 그녀의 삶이 깃든 인도 캘커타(지금의 콜카타)를 떠올린다. 개인적으로 두 차례 인도에 다녀왔다. 처음 1년은 캘커타에서 종신서원을 준비했고, 두 번째 방문 때는 보름 정도 공동체에 머물렀다.

 캘커타는 내 삶에 많은 변화를 준 곳이다. 새로운 경험과 때로 목격하는 극도의 빈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그곳을 난 캘커타라고 부르고 싶다. 많은 외국인이 마더 데레사의 발자취를 찾고 싶어 캘커타공항을 통해 도시에 들어선다.

 전에는 백인 계열 유럽인이 많았지만, 요즘은 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도 방문자가 꾸준히 찾아오는 추세이다. 그 사람들은 캘커타 빈민가를 무대로 한 1990년대 영화 `City of Joy`에서 느낀 그 기쁨을 발견하기 위해 오는 것일까. 어느 날 캘커타교구 소속 신부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분의 말이다.

 "봉사자들이 대부분 무슨 면벌부를 얻기 위해 컬커타에 오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삶과 과거를 돌아보며 여기서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한 이들도 있지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캘커타 체험을 고급의상의 액세서리 혹은 자랑스러운 훈장 마냥 여기며 이야기를 생생하게 늘어놓지요. 자신도 이타(利他)를 향한 사랑에 동참하고,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봉사를 다녀왔노라구요."

 우리가 종교 안에서 이해하고 있는 사랑은 신과의 만남을 빼고는 모두가 인간이 만들어낸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데레사 수녀는 그 가난하고 죽어가는 이들 안에서 바로 자신의 신, 가난한 이들 안에 숨어 계신 예수를 만난 것이다. 언젠가 칼리가트(임종자들의 집)에 해마다 찾아와 일정 기간 의료봉사를 하는 유럽계 의사를 만났다.

 내가 "당신은 신을 믿나요?"하고 물었다. 그는 "아니요. 난 신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그의 확고한 대답이 흥미로웠다.
 "그러면 당신은 왜 해마다 이곳에 와서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나요?"
 "그건 내가 인간에 대한 연민에 이끌린 겁니다."
 "그럼 당신 안에서 그 마음을 불러일으킨 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난 의사의 소신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신을 부정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료봉사를 사랑이라고 말할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랑, 즉 조건 없이 내어주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 참사랑을 그에게서 느꼈다. 그는 캘커타라는 도시를 액세서리나 훈장으로 여기는 사람은 아니었다. 가끔 캘커타에서 만난 이들을 떠올리며 속삭인다.

 `우리 이제 계급장(액세서리, 훈장) 떼고 봉사합시다. 그러면 나 자신의 틀에서 뛰쳐나와 `확장`의 삶을 살 수 있다니까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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