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도직 현장에서] 웃으며 삽시다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정민 수사(사랑의 선교 수사회)
 

#에피소드1
 거동이 불편한 장애우들 이발을 해주러 베드로 형제님이 오셨다. 20년 넘게 한 달에 한 번 이발도구를 챙겨 찾아오시는 고마운 봉사자다.

 바깥활동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짧은 스포츠형으로 이발하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머리를 짧게 깎고 나면 "요셉 스님은 어느 절로 가십니까" "프란치스코 스님은 신수가 훤해지셨습니다"하면서 한바탕 농담을 주고받는다.
 연세가 많으신 요셉 할아버지가 이발을 마치고 나자 프란치스코 형제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놀려댔다.

 "율브리너 머리~(으응)는 낙지머리."

 프란치스코는 옆에 있는 베드로 아저씨 머리를 보고도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베드로 형, 머리~(으응)는 문어머리."

 베드로 아저씨가 질세라 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프란치스코, 니 머리는 무슨 머린~(으응)지 알아! 니 머리(으응)는 주꾸미 머리(으응)야."

 프란치스코 형제는 할 말이 없는지 키득키득 웃기만 했다. 값이 가장 헐한 주꾸미가 됐으니 본전도 못 건진 셈이다. 낙지든 문어든 주꾸미든 우리는 모두 한집안 식구다. 같이 밥 먹고, 떠들고, 웃고, 때로는 눈물도 같이 흘리는 한 식구다.

 #에피소드2
 우리 수도회는 수도복을 입지 않는다. 수녀회 중에서도 사복(私服)을 하는 수녀회가 간혹 있다. 우리 수사님과 사복 수녀님이 가난한 동네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홀몸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다.

 두 사람은 방문한 여러 집 가운데 막달레나 할머니는 외출하셨는지 집에 안 계서 과일 몇 가지만 내려놓고 돌아서려고 했다. 그때 옆집 할머니가 다가와 말을 걸어오셨다.

 "그 할매 병원에 약 타러 갔는디. 어디서 왔당가?"

 "예, 성당에서 왔습니다. 가끔 막달레나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오거든요."

 "아~고마운 분들이구만. 요새는 교회에서 좋은 일들을 많이 하재. 이따 오믄 전해줄랑께 갖고 온 거는 거 평상에 놓고 가." "고맙습니다. 다음에 오면 할머니도 찾아뵐게요."

 두 사람은 몇 주 뒤 막달레나 할머니를 만났을 때 배꼽을 잡고 웃었다. 과일을 내려놓고 돌아온 그날 저녁, 옆집 할머니가 약봉지를 들고 오시는 막달레나 할머니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이, 아까 낮에 교회에서 왔다 갔어. 목사님하고 사모님하고 같이 오셨드만. 근디 자네 이름이 막달이가 뭐여, 막달이가. 좋은 이름도 많은디 꼭 막달이라고 해야 혀."

 졸지에 사복 차림의 수사님과 수녀님은 부부가 됐다. 막달레나 할머니는 그 좋은 세례명 때문에 타박도 받았다.

 아무렴 어떤가. 우리 신분이 무엇인지, 또 뭐하는 사람인지 알리는 것도 좋지만, 사도직의 본래 목적은 그곳 실정에 맞게 복음을 증거하는 것 아닌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8-1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마태 4장 16절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