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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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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원(프란치스코, 안동교구 가톨릭상지대 부설 나섬학교 교장)
 
  텃밭농사 시간이다. 전교생이 금요일마다 오전에 농장으로 간다. 감자 고추 배추 고구마 등을 유기농법으로 가꾸고 있다.

 오늘은 풀 뽑기를 하기로 했다. 방학 중 손길이 멀어진 탓에 고랑마다 잡초가 우거졌다. 저들 보기에도 딱했던지 대체로 열심히 일했다. 물론 투덜대고 도망을 다닌 녀석들도 있었지만, 한 시간 만에 밭둑까지 말끔해졌다. 나무 그늘에 둘러 앉아 쉬다가 도시락을 풀었다. 땀 흘린 뒤에 먹는 김밥이 꿀맛이었다.

 텃밭농사 외에 공예, 미용, 요리, 연극, 서예, 다도, 창작 등 대안교과 시간이 있다. 학생들 적성과 취업을 고려하고 인성교육에 필요한 과목들이다. 공예 시간에는 묵주를 자주 만들었다. 미용사가 되려는 학생이 절반이 넘어 이번 학기부터는 미용 시간을 1주일에 4시간으로 늘렸다.

 비싼 학원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와 실습만으로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여건이 되면 창업 실습실도 마련하고 싶다. 대안 교과는 시간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 선생님이 오셔서 봉사해주신다. 신자가 아닌 분도 있는데 모두 정성을 다해 도와주신다.

 식사 후 풋고추를 한 봉지씩 나눠줬다. 집에 가서 모처럼 칭찬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여름방학 전에는 집집마다 감자 한 상자씩을 택배로 보냈다.

 학교로 돌아와 오전 작업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은 그런대로 잘했다고 하고, 나는 좀 미흡했다고 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주장하고, 나는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우겼다. 그러자 학생회장이 말했다. "전보다는 더 잘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학을 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다. 어두웠던 아이들이 미소를 찾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기력하던 녀석들이 희망을 얘기하자 욕심이 생겼다. 기대치가 높아지자 잔소리가 늘고, 그래서 얼마간 아이들도 나도 힘들었던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은 눈높이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눈높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오늘 아이들이 스스로 전보다 잘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충분하다. `어제와 다른 오늘, 어제와 달라진 나` 그것이 기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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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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