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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청춘은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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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효원(프란치스코, 안동교구 가톨릭상지대 부설 나섬학교 교장)
 
  우리 학교는 체험학습을 자주 한다. 그래서 한 달에 두세 번은 학교 밖으로 나간다. 인근 문화재를 답사하고 고적을 찾는다.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무료 급식소에 가서 설거지를 돕는다. 영화를 보고 전시회도 다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꽃구경 단풍놀이 삼아 등반대회를 갖는다. 연극을 하고 영화도 찍었다. 늘 즐거울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말하자면 부모도 손들고, 다니던 학교도 손들고, 자기 스스로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우리 학교에 온 학생들이다. 그러니 출발부터 마칠 때까지 이것저것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교통편도 문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꽤나 고생한 지난해 졸업생이 나중에 돈 벌면 승합차 한 대를 기증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글쎄 그 날이 언제 올는지….

 전교생이 학교에서 동해까지 도보행진을 한 적이 있다. `change` 깃발을 들고 3박 4일 동안 100㎞를 걸었다. 평소에 짧은 거리도 택시를 타려는 게으른 아이들의 불평과 트집이 오죽했겠는가. 그래도 예정했던 시간에 낙오자 없이 바닷가에 도착했다.

 모래밭에 쓰러져 헐떡이던 한 녀석이 말했다. "쌤, 다시는 이런 개고생 시키지 말아요."

 그래도 표정은 밝았다. 그때 끝까지 함께한 인솔 선생님과 수녀 선생님의 노고를 잊을 수 없다.

 연극을 했을 때다. 처음 연극 발표 계획을 듣고 반대를 했다. 간단한 발표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회관을 빌려 시민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고자 했으니까. 담당 선생님 의욕을 끝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 차츰 아이들이 연습에 관심을 가졌다. 스태프와 배우로 전교생이 참여했다. 주말에도 나오고 밤샘도 거듭했다. 그날 200여 명이 왔고 공연은 멋졌다.

 무엇인가 해냈다는 안도감, 처음 받아보았을 열렬한 박수, 그리고 자기들이 연기한 인물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웃음으로 시작한 뒤풀이가 울음바다를 이뤘다. 저희들끼리 안고 울고, 어머니와 딸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울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공부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 체험학습이나 단체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관계를 회복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부모와의 화해를 의논하게 되고 꿈을 이야기하고 앞날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하기도 한다.

 누가 알겠는가. 어떤 경험은 오래 기억되어 자신의 삶을 이끌거나 지탱할 힘이 될지. 적어도 나의 청춘을 아름답게 추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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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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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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