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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나도 괜찮은 놈이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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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무실에 들어선 군인이 씩씩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동재였다. 군복이 잘 어울렸다. 일등병 계급장도 멋있었다. `골통`의 모습은 어디 가고 늠름하고 의젓했다. 어제 첫 휴가를 나왔다고 했다.

 졸업생들이 가끔 학교에 오곤 한다. 대체로 애를 먹이던 아이들이 찾아온다. 취업이 되면 꼭 찾아오겠다고 전화로 미안해하는 녀석도 있다. 모범생 대우를 받거나 이런저런 혜택을 받던 아이들은 오히려 소식이 멀다.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은 아이들도 있고, 잊고 싶은 아이들도 있는 것 같다. 더 많이 용서받은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한다는 말씀대로다.

 동재는 2학년 초에 우리 학교에 왔다. 이전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는데, 곁에서 발길질 한 번 한 것이 집단폭행으로 몰려 퇴학 대상이 된 것이다. 그 일로 보호관찰 대상이 됐고, 그해 여름방학 때는 소년원에 가서 4주 동안 교정교육을 받고 왔다. 말하자면 폭행범인데 사실은 그만한 순둥이도 없다. 가끔 `골통`을 부리는 것도 아이들 비행이 대체로 그렇듯 관심을 끌기 위한 수준에 불과했다.

 3학년이 될 때 동재는 본교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가능성을 타진했더니, 돌아오는 즉시 퇴학이라는 답이 왔다. 생활지도위원회는 아이를 마치 `방사성 물질` 취급을 하는 것 같았다.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변한다. 자퇴생들에게 해마다 복교 기회를 주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언제든지 마련해줘야 한다. 당연히 제도화해야 할 문제다. 3학년 말이 되면 말썽 많던 아이들도 말이 줄어들고 행동도 차분해진다. 자신을 돌아보고 앞날을 바라볼 때가 된 것이다. 좀 늦어도 아이들은 그렇게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동재는 복지학과로 진학하기로 했다.
 졸업식 날, 전교생이 돌아가면서 송사와 답사를 하는데 동재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나섬학교에 왔을 때는 막장까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될 대로 되라는 기분이었지요. 그런데 여기서는 몸도 편하고 마음도 편했고, 차츰 나도 괜찮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섬학교가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감히 대학에 갈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처음으로 하는 말인데,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동재는 1시간쯤 머물렀다. 선생님들께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했지만 사실 고마운 것은 우리다. 얘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이기적이고 고집스럽고 시건방진, 철이 덜 든 어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사랑을 여전히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부끄러워할 줄조차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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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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