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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유치장의 기적

이대수 신부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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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사목을 하면서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유치장 사목을 하는 선교사들 활동에서 들려오는 여러 이야기다. 유치장에서 30~40분간 얼굴 딱 한 번 보는 지속적이지 않은 활동이 과연 유치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러나 한번 와서 보시라. 이런 것이 기적이라면 유치장에서는 거의 매일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선교사와 유치장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다. 다시 말해 선인과 악인의 만남도 아니요, 의인과 죄인의 만남도 아니다. 누구나 사연이 있듯이 서로 자신의 사연을 나누는 보통 이웃과의 보통 만남이다. 그러기에 기적이 일어난다. 바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유치장에서 근무하는 경관들이 교우든 아니든 천주교 경찰사목 활동을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번은 유치장사목부 회의를 하고 있는데 한 경찰서 유치장 경관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선교사님, 빨리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유치인에게 안정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바리사이가 주님께 물었다. "누가 제 이웃입니까?"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주님의 입에서 나왔고 결론은 이것이었다. "이웃이 돼주어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습니까?"하고 묻는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지만 골자는 이러하다. 선교사들은 이야기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들어주러 간다. 그들의 처지에서 듣고, 그들의 처지에서 위로하고,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입장에서 유치인들의 인생을 위한 짧은 조언을 한다.

 유치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깊은 다짐을 한다. 선교사들은 그들의 친구가 되어준다. 비록 선교사 활동이라는 딱딱한 말을 쓰고 있지만, 따뜻함과 진심 없이는 불가능한 하나의 삶이다.

 누구나 죄가 있다. 주님께서도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그리고 유일하게 돌로 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계신 죄 없는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겠다."

 경찰사목 유치장사목부 선교사들도 그들을 단죄하지 않는다. 친구가 되어줄 뿐이다. "죄가 많은 곳에 은총이 풍부히 내렸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역시 주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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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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