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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신부님이 무서워요

이대수 신부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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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고 무섭단다. 하기야 본당 보좌신부로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말을 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만히 들어보니 나를 그냥 무서워한다기보다 교리 지식이 부족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무서운 것이었다. 세례 받은 지 5년, 10년, 20년이 넘었는데도 신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누굴 믿어야 하는지, 왜 믿는지, 믿는 대상은 어떤 분인지, 믿으면 어떻게 되는지, 성경은 왜 읽는지, 교리공부는 왜 하는지, 미사는 왜 하는지 등 말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내가 보더라도 괴짜 신부다. 교우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질문을 습관처럼 던진다. 그러니 내가 무서울 수밖에. 사실 이 모든 질문은 예전에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들이기도 하다.

 경찰청은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미사를 봉헌한다.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다. 30분 미사 봉헌, 30분 식사 시간. 정말 빠듯하다. 고심 끝에 약 1년 전부터 마지막 주에는 미사를 강의로 대체했다. 식사도 김밥이다. 먹으면서 한 시간 신앙 교육을 한다.

 가끔 냉담하는 교우를 만나면 미사의 의미를 잘 모르고 다니다가 슬쩍 냉담하게 됐노라고 고백한다. 의미를 모르니 집중이 안 되고, 그러다 보니 지루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신앙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신앙을 가지려면 교육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으랴. 이후 1년 넘게 신앙 강의를 해왔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기 쉽게 소화해서 알려주고 신앙의 오해를 풀어주며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경찰 교우 전체 신앙 수준이 올라갔다. 교우들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신앙에 재미를 느꼈으며, 그것은 곧 삶에 반영됐다. 이제 제법 질문도 나온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경찰 교우들은 더 크게 자랄 것이다. 지금의 신앙적 노력과 그 고민이 그들 각자를 성숙하게 할 것이다. 주님께서도 서서히 자라나는 사도들을 보면서 내심 얼마나 기쁘셨을까.

 이제 조금 더 욕심을 내어본다. 서울에는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외에도 31개 경찰서와 5개 기동단이 있다. 나는 교우들에게 하는 강의를 녹화해 카카오톡으로 볼 수 있도록 전송해줬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모두 잘 해결됐다. 이번 달 말이면 서울에 있는 경찰 교우들이 마음만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신앙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것이다.

 "주님을 찬미합시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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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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