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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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신비체험과 공포체험

현정수 신부 (수원교구 비산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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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14년차 사제가 됐다. 청소년사목에 관심을 기울이며 머릿속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그려봤다. 그린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실현된 적도 있었다. 하느님의 크신 은총의 덕분이었다.

 반대 경우도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감당하기 힘든 결과가 나와 수습을 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하느님께서 내게 겸손을 가르치시려고 그렇게 하셨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사목 현장에서는 무엇을 해도 되는 일종의 `신비체험`과 무엇을 해도 안 되는`공포체험`을 하게 된다. 신비체험을 하면 내가 특별히 하는 것도 없는데 뭔가 돼가고 있고 열매가 맺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역시 내가 아닌 하느님이 하시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반대로 공포체험을 하게 되면 뭐 하나 되는 게 없다. 그로 인해 상실감에 빠지고 무기력해진다. `역시 그분 도움 없이는 되는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청소년 자살 문제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사제생활 14년 동안 성당에 다니던 사랑하는 청소년 4명이 자살이라는 엄청난, 아니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 그 앞에서 내 당당함과 오만함은 무너졌다. 나는 그 아이에게 무엇을 해줬고 함께 해줬던가? 그로 인해 자신감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일종의 바벨탑 사건이었고 바로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스펀지처럼 신앙의 기쁨과 사랑을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큰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고 외면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이해를 하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슬퍼진다.

 얼마 전 일이다. 참 예쁘고 밝았던 친구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나 했더니 공교육에 대한 고민 때문에 대안학교에 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겠구나`하는 생각에 지식을 총동원해 그 친구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기다려줬다. 내 딴에는 한다고 했는데 그 친구에게 카운터펀치를 한 방 맞았다.

 "얘야, 신부님이 네게 힘이 돼줄 것이 있니?"하고 물었더니 간단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신부님은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주시질 않을 거잖아요!" 공포 그 자체다. 또 자신은 제도적 틀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기존 가치를 거부하던 아이가 어느 날 "신부님! 신부님이랑은 얘기가 좀 되네요" 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청소년사목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 청소년들과 악전고투하며 `신비체험`과 `공포체험`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깊은 존경과 사랑,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하느님 나라는 어린이와 같아야 된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새기며 오늘도 `체험! 삶의 현장`으로 나간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펼쳐질까. 하느님 너무 센 거(아시죠? 무슨 말인지.^^)는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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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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