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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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생일 축하합니다"

한명자 수녀 (클라우디아, 꿈사리 공동체 담당, 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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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식사를 준비하려고 방문을 열자니, 아이들이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하며 소리친다.

 "안 돼요. 나오지 마세요. 오늘 아침식사는 걱정하지 마시고 좀 더 쉬세요!"

 무엇을 하는지 도마에 칼 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물소리도 계속 난다. 큰 언니가 동생들에게 "그것 좀 줘" 하고 심부름을 시키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도, 아이들이 내 축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음식을 장만해 아침상을 준비하려는 듯하다.

 "수녀님, 이제 나오셔요!" 이 말에 문을 열고 나간 순간, 가슴 깊이 밀려오는 벅찬 감동! 태어나 이렇게 멋지게 생일상을 받아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각자 자신 있는 북녘 요리를 한 가지씩 준비해 차려 놓은 듯 최고의 맛이다. 미역국을 먹으며 문득 북녘 땅에 살아 있을 아이들 부모님들이 먼저 떠올랐다. 그분들이 받을 상을 내가 대신 받는 것 같아 송구스럽기도 했고, 아이들은 또 이 음식을 마련하며 고향에 계실 부모님이 얼마나 생각났을까 싶어 애틋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북한이탈지원 정착 지원 사무소인 `하나원`에서 3개월간 정착 교육을 받고 퇴소한 뒤 우리집으로 오게 된다. 다들 수녀를 처음 보기에 입소 초기엔 무척이나 낯설어 하고 또 어려워한다. 그래서 우리 관심과 보살핌이 진심이라는 것을 마음에서 느끼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인내로운 기다림, 곧 내심(耐心)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하면, 곧바로 스스로를 무장해제 시킨다. 모였다 하면, 태어나고 자라온 고향 추억을 이야기하기가 바쁘고, 흥이 넘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고향 노래가 흘러나온다. 일상에서는 고향 땅에서 물려받아 배우고 익히며 살았던 자신들 삶의 모습들이 배어 나온다.

 아주 사소한 일에도 감탄할 줄 알고 진지하게 물어오는 모습,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모습에서 무심결에 전해져오는 단순함, 밥이나 간식을 먹기에 앞서 꼭 수녀들과 동료를 챙길 줄 아는 인정, 거리를 가다가 무거운 걸 들고 가는 할머니를 보면 얼른 짐을 들어줄 줄 아는 사랑스러움 등 요즘 사람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순수함과 풋풋한 정, 인심이 우리 아이들 모습에서 통통 살아 있다.

 아이들이 가진 이렇게 좋은 미덕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북녘과 북녘 형제들에 대한 그릇된 생각에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들의 좋은 품성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이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가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서로 같은 민족임을 느낄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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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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