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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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꿈이 뭐예요?''

한명자 수녀 (클라우디아, 꿈사리 공동체 담당, 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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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희가 학교에 오지 않았어요."

 이게 무슨 말인가? 서희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니…. 전화도 받지 않고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이탈주민 정착지원 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용기 있고 당당한 서희가 왜 학교에 가지 않았을까?

 일단 아이를 안심시키고자 문자로 "서희야, 괜찮아! 집으로 오렴. 집에 와서 좀 쉬면 괜찮아질거야!"라고 써 보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서희는 집으로 돌아왔다. 실컷 잠을 잔 뒤 밥을 먹고 나서야 혼자서 가슴앓이 했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학교에 가면 말투가 달라서 놀림을 당할까봐 말 한마디 하기가 어렵고, 또 아이들이 웃는데 왜 웃는지 몰라 혼자만 멍할 때가 많고, 수업시간에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까 자기가 바보 같고, 이렇게 살려고 혼자서 여기까지 왔나 싶다며 하염없이 울었다.

 한국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기 위해 일반 학교에 가서 이남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 빨리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는 잠시뿐이다. 갖가지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아파하고, 심지어는 학교를 포기하고 떠나거나 탈북한 청소년들만 다니는 대안학교 등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서희는 그 뒤 담임교사의 섬세한 배려로 북녘에서 온 사실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친구들 도움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잘 이겨냈다.

 하나원에서 새롭게 아이가 오면 매번 겪는 일인데도 그때마다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 담임을 찾아가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나름 최대한 노력을 다해 도와주지만, 결국 이 과정을 온몸으로 아파하며 겪어내야 하는 건 오롯이 우리 아이들 몫이다. `다름`이 잘못된 것으로 취급되고 소외돼 버리는 현실을 고통스럽게 이겨내야만 한다. 이런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한국 사회에서 갖게 된 자신들의 꿈이다.

 요즘 서희는 조리사라는 꿈을 갖게 되면서 학교생활에 부쩍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벌써 요리 자격증을 2개나 땄고, 지금은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한다.

 "네 꿈이 뭐니?"하고 물으면 "꿈? 꿈이 뭐예요?" 하던 아이들이 꿈을 갖게 되면서,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목적을 깨닫고, 그 목적지를 향해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래 이겨내자! 내가 잘 살아야지! 내가 이곳에서 성공해야지! 그래서 훗날 북녘에 있는 가족들과 만났을 때, 당당하게 잘 살았다고 말하리라!" 처진 어깨가 올라오고 숙인 고개가 들리며 아이들 눈에 빛이 나고 생기가 돋는다. 바로 너희가 통일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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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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