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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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친정집''

한명자 수녀 (클라우디아, 꿈사리 공동체 담당, 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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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사리 공동체의 토요일 아침은 조용하다. 일주일 중 유일하게 늦잠 자는 날이니까!

 그런데 아이들이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고 있다. 어디를 가는 걸까? 큰 언니, 가영이가 받은 임대 아파트를 청소해주러 가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인다고 했다.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닌데, 홀로 탈북해온 같은 처지의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서로 다른 삶의 여정을 간직한 채 이곳 `꿈사리`에 모여 어느새 가족이 돼 있다.
 홀로 탈북에 성공한 청소년들은 만 20세가 되면 정부에서 영구 임대주택을 받아 자립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집을 받고 자립했다는 기쁨도 잠시다. 집을 꾸미고 살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퇴소해 자립한 아이들 대부분은 대학에 진학해 학교를 다닌다. 특례입학으로 재외국민에 해당돼 비교적 쉽게 대학에 갈 수 있지만, 대학 수준의 학업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특히 영어(외래어 포함)를 가장 어려워하고 전공과목 또한 국내에서 자란 동년배들보다 두 배 이상 노력을 하지만 늘 한계를 느낀다. 한국 사회의 기본적 교양, 문화적 경험의 부족으로 학교생활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처지에 경제적 자립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다른 사람들이나 동년배들과 친교를 나눌 시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끝내 휴학하고 자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사람들은 쉽게 "그럼 학교 그만두고 돈을 벌라!"고 하거나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되지?"하고 말하지만 이 말은 이들에게 더 큰 소외와 아픔만을 안겨줄 뿐이다.

 "수녀님, 저 아파요. 목이 부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요." 방학 시작과 함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전화를 건 세원이는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몸은 아프고 혼자 외로워 나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병원에는 갔니? 밥은 잘 챙겨 먹니? 쌀은 있고? 반찬은?…" 다음날 쌀과 이것저것 밑반찬을 챙겨 세원이를 만나러 간다. 살려고 얼마나 애쓰고, 또 애를 썼는지. 몇 달 만에 본 세원이 얼굴은 많이 야위었다. 가슴이 시리고 멍이 드는 느낌이다. 이 아이의 고통은 언제까지일까? 아니 과연 끝이 있을까?

 우리 곁에 먼저 와 있는 통일! 우리는 이 통일을 소중히 여기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슴에 품기보다는 내 몫을 나눠야 한다는 미움의 상대로 마주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성찰해 볼 때다.

 "세원아~ 힘내! 꿈사리는 너의 영원한 친정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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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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