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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가출…, 그리고 용돈

백준식 수사 (베네딕토, 살레시오청소년센터장,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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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아이들 20여 명과 함께 나눔의 집에서 살 때 일이다. 혈기왕성한 10대들이 모여 사니,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지금까지 각자 살아오면서 받은 가정교육이며 가정환경이 제각기 달라 의견 충돌이 빚어지고 곧잘 다퉜다. 가출도 하고, 가끔 등교를 빼먹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는 용돈을 받고 외출을 하는 날이기에 언제나 즐거워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용돈을 받는 날이 왔지만, 두 아이는 전날 가출해 집에 없었다. 처음엔 가출한 아이를 찾는 일이 쉬웠지만, 가출이 잦아지면서 점점 어려워졌다.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나눠주며 가출한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한 아이가 반대하고 나섰다. 가출한 것은 나쁜 버릇인데 용돈까지 준다면 그 아이는 더 나빠질 테고, 우리집에 가출이 늘어날 거라고 했다. 대부분 아이들도 그 말에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나와 생각이 같은 아이들도 있었다. 몇 번 가출 경험이 있는, 가출한 아이들보다 두세 살 많은 형뻘 되는 아이가 말했다. 만약 용돈을 주게 되면 그 아이들이 다른 비행을 저지르지 않게 될 거라고 말하면서 내 생각에 힘을 실어 줬다. 그리고 가출한 아이들에게 용돈을 전해주는 일은 자기에게 맡기라며 나섰다. 가출한 애들의 용돈을 받아든 그 아이는 신이 나는 듯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아이들은 의아한 얼굴로 용돈을 들고 나가는 그 아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용돈을 들고 나갔던 그 아이는 좀 있다가 마치 개선장군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나서는 용돈을 전해 받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거짓말하지 마라" "놀리지 마라" "줬다가 다시 뺏을 거지"하고 믿지 못하더라고 말하며, 나중에는 좋아했다고 아이들의 모습을 전해줬다.

 그런데 그날 저녁 귀가시간에 맞춰 가출했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은 용서를 청했다. 가출했지만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한 가족으로 대해 주며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날 이후 아이는 가출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집도 아이들 가출이 차츰 줄었다.

 용서와 관심, 사랑만이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준 체험이었다. 돈 보스코 성인의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라는 말씀을 새기게 된 계기였다. 가출하고 방황하는 아이들이야말로 예수님 사랑이 가장 많이 필요한 아이다. 요즘도 그런 생각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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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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