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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반가운 손님

김경식 신부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학교사목부 가톨릭학생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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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예전 본당에서 만났던 학생 두 명이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몇 해 전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재직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학생 면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직접 연락해 약속 시각을 잡았고 다행히 겨울방학 중이라 학생들도 면담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장소는 추운 교리실 대신 성당 앞 조용한 카페로 정했습니다.
 면담하러 카페에 온 주일학교 학생들은 매우 어리둥절해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햄버거와 음료를 먹고 나니 제게 신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가정과 학교생활 고민거리 꿈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 가운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의기소침한 학생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척도는 학원에 다니느냐 안 다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대충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집안 사정이 그나마 괜찮으면 학원에 다닐 수 있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으면 학원에 다닐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그 학생들이 자신감과 의욕 희망을 조금씩 잃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과외를 준비해 주기로 했습니다. 본당 청년 가운데 과외 봉사자를 모집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그 학생들만을 위한 과외가 조용히 진행됐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의 얼굴은 밝아졌습니다. 그들에게서 어두웠던 표정 대신 희망이라는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그 본당을 떠나게 됐습니다. 그때 그 학생들은 저를 찾아와 신부님 수능 끝나고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그 학생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고맙게도 그때의 약속을 지켜준 것입니다. 환한 얼굴로 찾아온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참으로 대견합니다. 함께 앉아서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녀석은 서울의 손꼽히는 여자 대학교의 수시 합격을 통보받았다며 활짝 웃어 보였고 다른 한 녀석은 수능시험 성적에 따라 대학 입학원서를 넣을 계획이라고 살포시 이야기합니다. 참으로 반가운 손님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씨를 물고 온 제비처럼 기쁜 소식을 물고 온 반가운 손님들 이들을 보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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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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