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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군종 사제의 기도

김창중 신부(군종교구 성레오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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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를 봉헌할 때 분심이 들었습니다. 신자보다 미신자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집중도 안 하고 떠들고 졸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톱을 깎는 병사 때문에 버럭 화를 냈습니다. 화를 주체할 수 없어 한참 진정시킨 뒤에야 간신히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날은 예수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이들과 은혜로운 미사를 기쁘게 봉헌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한 선배 군종신부님께서 "사단 모든 이가 신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나는 모든 이는 신자와 예비신자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날부터 미사에 임하는 제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미신자를 예비신자라 생각하니, 미사에 꼭 필요한 것부터 쉽게 가르치며 성숙하기를 기다리고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 미사가 힘들지 않습니다. 이들이 당신 은총으로 어떻게 변할지 기대됩니다. 군에서 당신의 자녀로 새롭게 탄생하길 바랍니다. 아니라면 언젠가는 꼭 세례를 받겠죠? 이들은 예비신자니까요!"

 얼마 전 특전사로 부임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제 가슴을 보며 "공수교육 안 받으셨네요?" 하고 물었습니다. 군복에 `공수 마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수교육 기회는 16년 전 특공대 병사였던 시절 있었습니다. 그런데 IMF 때문에 병사 공수교육이 취소됐습니다. 고참들은 진정한 특공병이 아니라며 무시하곤 했습니다.

 특전사로 다시 왔습니다. 별 것 아니라는 자신감으로 3주 동안 공수훈련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훈련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둘째 날은 몸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오후에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교관이 조용히 부르더니 "신부님, 젊은이들도 힘든 훈련입니다. 나이에 맞게 조절하시며 받으세요"라고 했습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때 "신부님 힘내세요!"하고 응원하는 병사들 소리에 다시 힘을 냈습니다. 병사들과 미사도 봉헌했습니다. 그 덕분에 낙하산 강하훈련도 무사히 마치고 공수 마크를 가슴에 달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는 교만한 사제였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겸손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힘들었어요, 아버지!` 이렇게 기도하며, 이제는 공수 교육장으로 기쁘게 갑니다. 고생하는 병사들에게 위문과 안전 강하를 기원하는 기도를 해줍니다.

 "신부님 매번 위문 와주시고 안전 강하를 위해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담당 교관님이 인사를 건넵니다. 그러면 저는 90도로 정중히 인사하며 마음으로 이렇게 전합니다. `겸손한 사제로 살도록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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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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