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신부(대전교구 교정사목 전담)
어느 날 소년원을 방문해 미사 봉헌을 준비하고 있는데 평소에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미사를 시작하기 전 그 아이들에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개신교 신자인데 오늘은 천주교 집회에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왜 개신교 신자가 미사 참례를 하러 왔느냐?”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목사님과 싸워서 여기로 왔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천주교 집회에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 내심 기뻤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신앙생활은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다음부터는 개신교 집회에 참석하라”고 타일렀습니다.
미사 시작 전 성가 연습을 합니다. 소년원 아이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성가가 있는데 1위가 ‘실로암’, 2위가 ‘야곱의 축복’입니다. 야곱의 축복이라는 성가에는 ‘하느님’이라는 가사가 자주 나옵니다. 천주교 집회에 자주 나오던 아이들은 “하느님”이라고 발음을 잘하는데, 개신교 신자 아이들은 기를 쓰고 “하나님”이라고 목청을 돋우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간식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미사에 와서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부지런히 간식을 먹던 한 아이가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한 마디 던졌습니다. “에이~ 신부님은 그것도 몰라유? 하느님이나 하나님이나 똑같은 분이신데….”
순간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어른의 편견으로 막았던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막는 말을 한 것입니다.
아무런 편견 없이 하느님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서로 더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겠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아버지 보시기에 ‘참 좋은’ 천국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참 좋으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