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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흥정

강창원 신부(대전교구 교정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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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에도 ‘방학’이 있습니다. 종교 집회를 담당하는 교도관들이 휴가를 가는 1월과 8월에는 모든 교도소에서 종교 집회가 열리지 않습니다.

방학을 하면 저는 교도소 대신 사무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방학만 되면 잊지 않고 사무실을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골손님은 바로 출소한 형제와 자매들입니다.

가장 자주 찾아오는 손님은 ‘점’이라는 별명을 가진 형제입니다. 그 형제는 전임 신부님이 사목하실 때부터 사무실을 자주 찾아와 신부님을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열 번 이상은 만난 것 같습니다.

그 형제가 찾아와 하는 이야기는 한결 같습니다. 항상 대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이야기하면서 “OO에 가려고 하는데 여비를 좀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목적지는 찾아올 때마다 달라집니다.

5년여 동안 요구한 ‘차비’도 한결 같습니다. 깎일 것을 예상하고 처음에는 항상 ‘20만 원’을 부릅니다. 웃으면서 “요청한 여비를 다 줄 수가 없다”고 말하면 그 때부터 흥정이 시작됩니다.  

안 된다고 할 때마다 요구 금액을 1만 원씩 깎습니다. 19만 원, 18만 원, 17만 원…. 저는 계속 “안 된다”고 합니다. 급기야 10만 원 밑으로 내려가자 그 형제는 “신부님! 더 이상은 안 되니까 5만 원만 주슈. 저도 더 이상은 안 돼유!”라며 간절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 형제도 자신이 말해놓고도 머쓱했는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 형제는 목적을 달성하고 기분 좋게 돌아갔습니다. 마치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잘 흥정해 싼 값에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개선장군 같은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 형제가 돌아가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초부터 이 세상 우주만물이 하느님 아버지의 소유였고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인간들에게 서로 나누며 살아가라고 주셨는데, 우리는 늘 내 것 네 것을 따지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모든 것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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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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