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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무소식이 희소식?

강창원 신부(대전교구 교정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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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 출소한 형제ㆍ자매들의 전화번호가 100개 정도 입력돼 있습니다. 종종 출소한 형제ㆍ자매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기쁜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이 반입니다. 기쁜 일로 전화를 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 정도이고, 나머지 형제ㆍ자매는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터졌을 때 전화를 걸기 때문입니다.

“술을 한 잔 마셨더니 신부님이 보고 싶다”면서 안부를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전화는 보통 30분 이상 통화가 이어집니다. 집에 가야 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돈이 없으니 차비를 보내달라는 전화도 옵니다.

윗집에 사는 이웃과 싸워서 집을 나왔다는 사람부터 시작해 직장에서 쫓겨났다는 사람, 사는 게 너무나도 힘들어서 죽고 싶다는 이도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 애인과 헤어져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하소연도 합니다.

외롭다는 이도 있고, 가족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 싸우고 집을 나왔다는 이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알리는 이도 있고, 몸이 아프다는 이도 있습니다. 늦은 밤에 전화해서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 많은 사연을 접하게 됩니다.

제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더 이상 아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형제ㆍ자매들이 전하는 수많은 어려움은 그들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엄하게 꾸짖고 타이르기도 하고 “힘을 내라”고 격려하기도 합니다. 힘을 잃고 좌절하며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아파옵니다.

그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아니 해주지 못하는 저 자신을 바라봅니다. 그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읍니다.

“사랑의 주님! 우리 형제ㆍ자매들이 모든 이들에게 삶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와 지혜와 인내의 은총을 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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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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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6장 5절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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