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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어?!…”

강창원 신부(대전교구 교정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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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부에서 일하는 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보따리장수’라고 부릅니다. 교도소 담장 안에는 신앙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해서 담장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들어갈 때에는 짐이 한 가득인데, 나올 때는 빈 몸으로 나옵니다. 미사 집전에 필요한 제구와 제의를 비롯해 간식 등 챙길 게 한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늘 보따리를 한 짐 싸야 합니다.

교도소에 드나들면서 ‘아 정말 여기가 교도소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제까지 함께 웃고 울면서 지내던 형제ㆍ자매들이 다음날 가 보면 다른 곳으로 이송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때입니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믿어지지 않아서 “어”라는 감탄사가 먼저 나오고 사실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물음표), 현실을 받아들이는! (느낌표), 더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아 침묵할 수밖에 없어서 …(말줄임표)가 나옵니다.

남아 있는 형제들 앞에서는 웃으며 “어차피 인생은 떠돌아다니는 나그네와 같으니 언젠가는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하고 위로해 줍니다. 그런 날은 잠자리에 들기 전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합니다.

제가 자녀는 없지만, 아들을 군대 보내고 힘들어하는 부모 마음이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 자신을 보며 무기력에 빠집니다. 상실감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쉼 없이 꾸준히 사랑하라” 하시는 예수님 말씀을 실행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가슴이 더 아프기 때문입니다. ‘이별’이라는 상처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듭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때로는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하는 이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쉬지 말고 사랑해야겠죠?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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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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