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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악수

강창원 신부(대전교구 교정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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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형제·자매들이 센터를 찾아오면 처음에는 눈으로 맞아주고, 다음에는 손(악수)으로 환대합니다. 어느 날 이십 대를 교도소에서 보낸 후 출소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형제가 찾아왔습니다. 그 형제는 “지나온 삶이 너무나 후회스럽다”면서 “다시는 다른 이들에게 아픔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밝혔습니다. 저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신앙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슬며시 물었습니다.

그 형제는 머리를 숙이며 시무룩한 목소리로 “집 바로 옆이 성당인데 주일미사를 몇 번 참례하고 더 이상은 나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밤이 되면 묵주기도를 하면서 성당 주변을 한 시간 동안 맴돈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대답을 듣고 가슴 한편이 아려왔습니다. 성당에 갔는데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다른 신자들은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차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신에게는 누구 하나 신경 써주는 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마치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성당에 갈 때마다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고 합니다.

형제는 제게 성당에 자신의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는지 물었습니다. 그게 안 된다면 센터에 와서 주일미사를 봉헌하고 싶다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가슴은 아팠지만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제가 그 본당에 도움을 청하면 형제가 출소자라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선입견이 생기면 형제가 또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센터에서 주일미사를 하면 당장은 좋겠지만 본당 공동체와는 더 어울리기 힘든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화의 인사를 할 때나 반가운 이를 만났을 때 손을 내밀어 인사합니다. 그 손은 내가 잘 알고, 나를 알아주는 이들에게만 내밀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손이 아닙니다. 내 작은 도움과 사랑, 온정이 필요한 이들을 사랑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인도하라는 손입니다.

부족한 우리에게 당신 사랑의 손을 내어 주시는 하느님과 같이 우리도 주변의 다른 모든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더 따스한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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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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