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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깻잎 예수님

노중호 신부(수원교구 서부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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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교우들과 성지순례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다녀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도 기도하고 준비하니 이루어지는 매 순간을 만나게 되었다. 순례의 발걸음마다 기적을 체험한다. 프랑스 파리 공항에 내려, 다음날 3시간 정도 버스로 달려 아름다운 시골 마을 리지외에 도착했다. 소화 즉, 예수님의 작은 꽃이셨던, 단순함과 겸손과 사랑을 가득 품고 사신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를 뵙고 돌아오는 성지순례 버스 안에 웃음꽃이 핀다. 프랑스 서쪽 마을 겨우살이 나무를 보며 한국 집에 옮겨 심고 싶으시다는 말씀에 한참을 웃었다. 소소한 행복과 감사함이 마구 샘솟는다.

9일기도를 하며 모인 스물아홉 모든 분은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었다. 특별히 월남전에 참전하셨던 어르신은 고엽제 후유증 때문에 아직도 고통 속에 산다고 소개하셨다. 그런데도 프랑스 문화로 말하자면 잔다르크의 호탕함을 가진 어르신께서는 농담과 유쾌한 웃음으로 기쁨조가 되셨다.

‘신부님 가시니깐 혼자 다녀오라’는 아내 말에 ‘혼자 가면 안 간다’고 하셨다. 고엽제로 편찮으신 몸을 치유받게 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늘 티격태격이지만 천생배필이시다. 두 분이 밑반찬으로 깻잎을 준비하셨다. 짐 가방에 미리 넣어두었는데, 떠나기 전날 밤 발효돼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깻잎 국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평소에는 “하느님도 잘 몰러유~ 기도도 잘 몰러유~ 믿음도 없시유~” 그렇게 충청도 특유의 말씀으로 소개하셨던 어르신이신데 그 순간 크게 소리쳤다고 한다.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왜 감사하실까? 지금 봉지에서 국물이 새어나와서 ‘감사합니다’이다.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터졌으면 난처해서 어떻게 하셨을까? 성지순례가 아니라 빨래 순례가 될 뻔했기에 신앙 고백 그리고 감사기도가 저절로 나왔다고 한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예수님 별명 또 생기셨구나!’ 하며 감사 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

깻잎 예수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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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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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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