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호 신부(수원교구 서부본당 주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시간들을 회상하며 꺼내 보려 합니다. 사제로 살면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웃고 우는 것입니다. 가장 일상적인데 가장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착한 목자이시고 사목의 대가이셨던 예수님의 별명이 왜 ‘먹보요 술꾼’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울 때 가슴 아파하시며 우셨고, 웃을 때 누구보다도 크게 기뻐하시며 웃을 줄 아셨기 때문입니다. 올해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기는 왜 이렇게 힘이 들었는지요? 부활하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왜 이렇게 죽는 것이 힘이 들었는지요? 어른들의 욕심과 무책임으로 아이들을 세월호에 수장시켜야 했던 시간들 속에 또 이 땅에 사는 모든 아이는 친구들의 몫까지 부활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준형이가 좋아했던 노래는 무엇이야?” “‘사랑한다는 말은’요.” “그래, 우리 준형이 장례미사 때 밴드 연주하며 이 성가 불러주자.” “하느님 안에서 우리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어?”
수많은 장례미사를 봉헌하며 많은 이들을 하느님 나라로 보내드렸지만, 이런 장례미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시신이 바뀌고 가슴 아파 죽을 것 같아 아프고 또 아팠지만, 끊임없이 죄를 뉘우치게 하고, 기도로써 통회의 눈물을 흘리게 하였습니다. 성부 하느님께서 성자 예수님께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신 말씀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제 옆에서 복사단장으로서 수고해준 준형이는 이제 하느님 나라의 예수님 복사대장이 될 것이고, 예비신학생으로서 못다 핀 꽃송이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사제가 될 것임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장례미사 중에 드럼, 피아노, 기타를 연주하였습니다. 그리고 준형이가 세월호 사고 전, 주일까지 연주했던 베이스기타 소리도 행복하게 연주되고 있었음을 믿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에 말, 그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은 중-
기억해 주십시오. 잊지 말아 주십시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