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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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참된 이웃

한만삼 신부(수원교구, 아프리카 수단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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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 전선의 최전방인 수단에서 겪는 많은 위험 중 하나가 `교통사고`다. 융단폭격을 맞은 듯이 패인 열악한 도로상황이나 정비불량 자동차, 뜻밖의 돌발사태로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이곳에 온 뒤 숱한 사건ㆍ사고를 겪었지만, 가장 큰 사고는 지난해 11월에 일어난 사고였다. 수단을 방문한 수원교구 신부님들을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는 길에 제멋대로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자동차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며 서너 바퀴를 굴렀다.
 쾅쾅쾅쾅…. 사고 직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귀국하기 위해 차를 얻어탄 케냐 정비사 비명을 듣고 그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눈을 떴다. 자동차는 옆으로 누워 있었고 차 안은 깨진 유리로 가득했다.
 깨진 창문으로 부상자를 내보내고 나와 보니, 참담한 상황이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신부님들은 밖으로 튕겨나가 반대편 길에 누워 있었고, 자동차는 참혹하게 부서져 있었다. 생존자를 확인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모두가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기적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라는 방문단 원로 신부님 말씀에 용기를 냈지만 구조요청 조차 할 수 없는 최악 상황에서 어떻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 순간 조그만 픽업트럭이 가던 길을 멈추고 사고 수습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환자 이송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대답했다.
 그 말에 힘이 `번쩍` 생겨 차 지붕에서 떨어져 나간 화물캐리어에서 차량구조용 철판을 꺼내 들것으로 사용해서 움직일 수 없는 부상자를 트럭에 실은 후 병원으로 가자고 부탁했다. 수단 병원은 침대와 기본적 의약품과 의사뿐이지만 달리 갈 곳도 없었다.
 어렵게 병원에 도착해 환자를 나르고 상황보고에 정신 없었는데 그 트럭 운전사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제 자긴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자기가 가던 반대 방향으로 정말 조심스럽게 운전해 주었던 운전사가 너무 고마워서 기름 값이라도 드리겠다고 말했더니 그가 "신부님 괜찮습니다. 하느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난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누가 너의 이웃이 되어 주었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이 들렸다. "나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난 그렇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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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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