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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목 모토] 88. 최창덕 신부(춘천교구 동명동본당 2001년 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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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1요한 4,10)

부제품을 받기 전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하게 되었다. 수련을 앞둔 당시 커다란 고민에 쌓여 있었다. 그간의 시간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순수한 응답이 아니라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인간적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미 다 정화됐다고 믿었던 ‘성소에 대한 인간적 동기’가 새삼 내면에서 튀어 나온 것이었다.

시골 출신인 나는 고등학교를 들어갈 즈음 형을 따라 인근 도시로 나갔다. 소위 ‘유학’을 간 것이지만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잦은 병치레로 건강도 좋지 않았지만 성적 역시 별로였다. 내심 형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도시로 보내신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는데, 신학교는 그런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물론 사제로서 거룩하게 살고 싶은 신앙적인 바람도 있었지만 그런 인간적인 동기로 신학교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신학생으로 사는 내내 마음의 밑바닥에는 일종의 부채의식이 쌓였던 것이다. 그동안 모른 체 외면했던 부채의식에 따른 죄책감이 서품을 앞두고 내 발목을 강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마음의 짐을 해결해 준 것이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라는 말씀이었다. 영신수련을 시작하면서 묵상주제로 받았던 이 말씀을 통해 나는 인간적인 불순한 동기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시는 하느님 사랑에 크게 감동하여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보답하는 길은 사제로서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하느님의 그 깊고 크신 사랑을 전하는 사제직을 성실히 사는 것임을 다짐하게 되었다.

첫 보좌신부 생활을 마치고 본당을 떠나며 이런 인사를 했었다. “그동안 제가 강론 시간에 무엇을 말했든지 모든 것은 결국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었다는 점만은 꼭 기억해 주십시오.” 앞으로도 그 인사를 겸손하게 계속할 수 있는 소박한 사제의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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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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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주님을 제 앞에 모시어 주님께서 제 오른쪽에 계시니, 저는 흔들리지 않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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