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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목 모토] 89. 현문권 신부〈제주교구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1997년 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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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보좌신부 그리고 주임신부가 되면 어떻게 본당 신자들과 행복하고 재밌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사제서품을 앞두고 즐거운 상상을 하곤 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본당신부가 되고 행복하게 지내는 꿈을 꾸며 정한 사목모토다. 주님께서 거저 주셨으니 대가를 바라지 말고 나 또한 거저 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정한 것이다.

그러나 사제서품 12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본당신부로 사목한 경험이 없다. 2년간의 보좌생활과 유학, 그리고 교구청에서 지내느라 꿈 꿔왔던 본당신부는 아직도 희망으로 남아 있다. 한편으로는 사제성소만이 아니라 본당신부 성소가 따로 있나 싶을 정도로 주님께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다보면 공무원 같은 생각도 들지만 주말에 쉰다는 희망으로 일주일을 지낸다. 그런데 주말은 교구 프로그램을 맡다 보니 주말이 주말이 아니다. 6주 동안 서귀포에서 진행되는 ‘아버지학교’를 하다 보면 토요일은 다른 날보다 더 부산하다. 점심식사 후 강의를 준비하고 아버지학교를 끝마치면 어느덧 하루가 다 지나간다. 제주시 주교관 숙소에 돌아오면 밤 12시다. 매일같이 교구청에 출근하고 주일에는 ‘아버지학교’에 나가는 상황으로 몸이 지치곤 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주말에 아무 대가도 없이 교회와 다른 아버지들을 위해 봉사하는 ‘아버지학교’ 봉사자들을 보며 항상 감사드린다. 봉사자 아버지들 또한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밤늦은 시간까지 교회에서 봉사하는 모습에 동지애를 느끼기도 한다.

사실 교회 안에는 아무런 대가없이 묵묵히 교회를 위해 사제들의 사목을 도와주는 많은 봉사자들이 있다. 어쩌면 주님께서는 함께 하는 봉사자들을 통하여 나에게 사제서품 때 결심 했던 마음을 잊지 말라고 다시금 당부하시는 것 같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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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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