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상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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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늘 잔잔함 속에 나와 함께 해주셨다. 역경 속에서뿐 아니라 순경 속에서도 주님은 우리와 함께 하신다. 사제품을 앞두고 내가 평생을 따를 성경구절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있다는 놀라움, 하신 일의 놀라움, 이 모든 신비들, 그저 당신께 감사합니다”(시편 139,14)로 정했다.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을 사제로 불러 주셨다는 사실이 정말 ‘신비’였기에 그저 감사드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성모병원 암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종합검진 결과 폐에 2㎝ 정도의 암으로 추정되는 음영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황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 살걸!’ 입원하여 정밀검사를 받았다. 다음날 결과가 나왔는데 폐에 보였던 검은 자국이 없어졌다. 아마 X-Ray 촬영 시 폐를 지나가던 뭔가가 찍혔던 모양이다.
사제로서 잘 살라는 하느님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오늘 내가 숨 쉬고 움직인다는 것, 내가 하느님의 자녀요 사제로서 살아간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나의 능력을 넘어선 하느님의 무상 선물이다.
‘88 올림픽 사제’(?)로서 초심의 자세로 더욱 감사하며 더욱 사랑하며 살아 보리라 다짐해 본다. 특히 어린 시절 순수함과 열정을 가지고 성체성사가 이루어지는 제대에 봉사했던 마음으로 미사성제를 더욱 정성껏 봉헌할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께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