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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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돈 걱정 안하고 사는 비결 없을까요?

박공식 신부(광주대교구 이주사목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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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목을 맡게된 지 올해로 7년째다. 사회사목을 하며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은 걱정이 돈 걱정이다.
 돈 걱정 안하고 보람있게 살려고 신부가 됐는데, 의미있고 보람있게는 살고 있지만 늘 돈에 허덕인다. 사회사목을 담당했던 초창기 시절 아주 가난한 복지관 관장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하지만 늘 예산부족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곤 했다.
 신부가 비빌 언덕이라곤 하느님과 신자들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발로 뛰며 후원해줄 사람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너무나 지나쳤을까? 만나는 신자들마다, 전화 오는 신자들마다 내 머리 속에 계산되는 것은 `저분이 얼마를 후원해줄 수 있을까?`였다.
 `만 원? 아니야 더 불러야지. 2만 원이면 가난한 가정 결연후원을 해줄 수 있을 텐데…. 좋아 2만 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자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분에게 10만 원씩 후원받으면 아동 방과후 프로그램 야외활동을 할 수 있을텐데…. 거절당하면 자원봉사라도 요청해야겠다.`
 신부가 사람을 만나면 그의 영적 사정이 어떨까, 어떻게 하면 그에게 주님 사랑을 깊이 체험하게 해줄까를 생각해야 하는데 나는 신자들이 후원금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몇 달 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이러다가는 오래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정에 돌입했다. 성경을 펼쳐 읽는데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으니, 재물을 하늘에 쌓으라`는 말씀이었다. 재물을 피해서 피정 왔는데 하필 펼친 구절이 재물이라니!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성당에 가서 묵상하는데 하느님께서는 나의 내적 시끄러움을 없애주고 방금 읽은 성경 구절을 통해 깨달음을 주셨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어라.` 내겐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신자들에게 늘 눈에 보이는 돈만 요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정을 마치고 돌아오니 더이상 사람들이 돈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 마음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사목을 했다. 직원들에게도 정성을 다해 지도했고 프로그램도 더 열심히 개발했다.
 그 복지관에서 2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을 살았지만 추기경님께 후원도 받고, 복지관을 이용하는 가난한 장애인에게 한 번에 20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받기도 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님 마음이었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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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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