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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단식과 담요

김종남 신부(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퇴촌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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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보내주신 담요에서 아기들이 잠을 잘 잡니다. 집에는 없는 것이 여기에 있어서요."
 2008년 11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한 탁아소 원장이 한 말이다. 엄마들 직장생활을 돕기 위해 탁아소를 운영하는 것이라 한다. 그 탁아소 이불장에 들어있는 아기들을 위한 작은 담요들….
 수녀님들이 일주일에 한 끼를 단식해서 마련해 보내주신 그 담요는 그렇게 작은 영혼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그 아기들이 후에 용서와 화해를 아는 따뜻한 영혼들이 되기를 바란다. 단식은 구약시대부터 창조물인 인간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가장 현실적이며 멋진 모습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카를로 카레토 수사의 「사막에서 온 편지」에서, 늙은 카다에게 주지 못한 담요 한 장 때문에 그 날 악몽을 꾸며 자기 이기주의의 명백한 증거인 담요를 묵상했다는 장면이 떠오른다. 내 마음에도 하느님께 받은 그 많은 은총과 축복이 그냥 쌓여있을 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한 끼 단식을 선택해 화해를 위해, 일치를 위해, 평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은 아름다운 삶으로 스스로를 초대하는 것이리라.
 성당 건축을 하면서 건축금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가능한 것은 다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단식이다. 일주일에 한 끼 단식을 통해 그 금액만큼 봉헌하는 운동도 시작했다. 초기에 많은 신자들이 동참했고 그 동참을 단식나무에 표시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참여도가 거의 없다. 키 작은 마리아 할머니, 그 분만이 참여하고 있다.
 조용히 본당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마리아 할머니의 기도와 단식은 성당을 짓는 근원적인 힘 중 하나다. 아무도 그 할머니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사제인 나를 정화시키고 고개 숙이게 만드는 할머니의 정성이야말로 가장 멋진 봉헌생활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봉헌했다고 말하면서 늘 불평과 불만에 사로잡혀 있고 행동으로 하느님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본다.
 예수님 마음을 닮아야 하는 예수성심성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우리는 예수님 닮은 신앙인으로 멋진 시작을 해야 한다. 가진 빵과 물고기를 나누는 예수님 마음은 누군가를 따뜻하게 만들고 하느님께 정말 멋진 봉헌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전 세계, 아니 그냥 우리 주변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일용할 양식을 양보하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오늘 누군가를 생각하며 양보하리라. 그리고 그것은 화해와 일치를 시작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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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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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86장 4절
주님께 제 영혼을 들어 올리오니, 주님, 주님 종의 영혼을 기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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