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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스텔라의 집을 이전하면서…

허 명 숙 수녀(발렌티나, 미혼양육모 그룹홈 스텔라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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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아버지 친구 분 중 언어 장애를 가진 분이 계셨다. 설날과 추석날이면 어김없이 우리 집에 찾아오시던 그분을 우리는 `배배 아저씨`라고 불렀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는 배배 아저씨가 설날 우리 집에 오시면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을 불러 아저씨에게 세배를 하게 하셨고, 아저씨는 10원 짜리 동전을 한 주먹 가지고 오셔서 세뱃돈으로 나눠 주셨다. 배배 아저씨는 세배를 받으시면서 많은 덕담을 해주셨으나 우리들은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아버지가 `통역`(?)을 해주셨다.
 아버지와 배배 아저씨는 오랜 시간 서로 손짓을 하면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많은 대화를 나누셨다. 그 당시 우리는 `아버지와 아저씨가 어떤 대화를 하시는 것일까? 아버지는 대체 아저씨가 하는 말씀을 어떻게 알아들으실까?`하는 의문을 갖곤 했다.
 자원봉사자나 후원회원자들을 만나면서 지금은 예전에 아버지가 배배 아저씨의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스텔라의 집을 찾아오는 봉사자와 후원자들은 언제나 남의 말을 들으려는 준비된 마음을 갖고 오는 것 같다.
 그래서 굳이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으로 교류할 수 있는 것이다. 봉사자나 후원자들은 스텔라의 집 가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집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찾아오는 것 같다.
 1950~60년만 해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밥을 얻어먹는 이들이 많았다. 또 행상을 다니는 사람도 많아 식사 시간에 밥상 앞에 객식구가 한 명 정도 더 느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누가 밥을 얻어먹으러 오던지 어머니는 밥과 국, 김치를 넉넉히 차려 대접하셨다. 여름에는 펌프에서 시원한 물을 길어 올려 함께 상에 올리고, 겨울에는 따뜻한 화로 옆에 앉히시던 어머니 모습이 생각난다.
 그 당시 어르신들은 굳이 `봉사` 또는 `후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나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이를 보면 달려가서 받아 주었고,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었다. 또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함께 아파하고 걱정해주는 삶이 몸에 배어 있었다.
 얼마 전 스텔라의 집이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해야 할 때 80살 된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로 받은 돈을 아껴 모았다며 후원금 80만 원을 들고 방문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아기들을 안거나 업어주시며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그 밖에도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많은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은 스텔라의 집 가족들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기꺼이 아기들의 언니ㆍ오빠ㆍ이모 또는 미혼모들의 친정 엄마가 되어 따뜻한 마음을 나줘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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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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