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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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18세 엄마의 하루 일과

허 명 숙 수녀(발렌티나, 미혼양육모 그룹홈 스텔라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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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아 엄마! 지금 뭐가 제일 하고 싶어요?"
 "놀이공원에 가서 실컷 놀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주말에 엄마에게 다녀오고 싶어요!"
 미혼 양육모 시설인 `스텔라의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18살 주아 엄마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학원에 갈 준비를 하면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쁜 옷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트린 주아 엄마는 책가방을 메고 아기를 놀이방으로 데려온다.
 스텔라의 집에 사는 엄마들이 학원에 가거나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우리 수녀들과 자원봉사자가 1층 놀이방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아기를 돌봐준다.
 "주아야! 엄마 다녀올게. 수녀님! 학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학원 공부를 마치고 오후 2시께 허기진 몸으로 집에 돌아온 주아 엄마는 큰 소리로 생후 6개월 된 딸부터 찾는다.
 "주아야, 엄마 왔다. 아이고, 우리 딸 잘 놀았어?"
 엄마는 활짝 웃으며 두 팔을 벌려 작은 가슴에 아기를 안는다. 그러나 이내 `주아야! 엄마 공부하고 올게` 하며 다시 방으로 올라가 공부에 몰두한다.
 뒤늦게 열심히 공부하는 주아 엄마에게 우리 수녀님들은 "주아 엄마 예뻐 죽겠네! 열심히 해봐. 희망이 보여!"하고 칭찬에 입이 마른다.
 "안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우리 주아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면…. 그리고 저도 이제 기도시간에 참석할래요. 나중에 주아가 크면 수녀원에 보내려고요. 그러려면 엄마도 기도를 많이 해야겠지요?" "좋지! 얼른 저녁 먹고 기도하러와."
 "참, 이번 주는 제가 주방 당번이네요. 저녁 식사도 준비하고, 주아 목욕도 시켜야 하는데…. 바쁘다 바빠! 얼른 준비하고 기도하러 내려올게요."
 스텔라의 집 엄마들은 바쁘다. 그러나 공부, 청소 당번, 주방 당번, 빨래, 아기 돌보기 등 바쁜 하루 일과 중에도 엄마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때로는 밤새 아픈 아기를 돌보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난 뒤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에 다녀온다. 한편으로 대견하면서도 얼마나 안쓰러운지….
 18살! 아침에 누가 꼭 깨워줘야 겨우 일어나고, 청소는 고사하고 해주는 밥도 겨우 먹고 학교에 다닐 나이! 한창 멋 부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나이에 아기와 단둘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인생 설계를 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온다.
 엄마와 아기는 오늘 밤 놀이공원에서 아빠와 함께 회전목마를 타는 꿈을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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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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