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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목 모토] 113. 박찬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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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인 신부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욥기 2,10)

신설 본당에 부임한 이후 제게 주어진 갖가지 열악한 여건은 ‘아버지’가 갖게 되는 중압감과 고민들을 실감하게 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본당이기에 아무것도 갖추지 못하고, 교적상 200여 명, 실질적인 신자 40여 명과 함께 본당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본당의 모든 활동이 아파트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았고 결국 3층짜리 임대건물을 얻었습니다.

신자들이 봉헌한 신립액으로 살아가기엔 너무 힘겹다보니 제 평생에 돈벼락 맞는 꿈도 꾸더군요. 저는 이런 일 앞에 자녀들이 고민하고 아파해야할 일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떠맡아야 하는, 삶의 막중한 무게를 혼자서 감내해야하는, ‘아버지’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더욱이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재개발한 곳의 주변 여건이었습니다. 황무지 위에 달랑 임시 집회 건물 하나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밤이 되면 두려운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귀신이 무서워가 아니라 사람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언젠간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서 출퇴근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제관을 나섰습니다. 신자들도 없는데 아침 일찍 돌아오면 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집으로 나서려는 순간 ‘내가 아버지였지.’, ‘아버지였잖아’라는 생각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혹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정말 곤경에 처한 신자가 제게 도움을 청하러 왔다면 얼마나 곤혹스러울까?’ 저는 다시 방으로 발길을 돌릴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임신부라는 자리! 도망치고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십자가! 그 십자가는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걱정해 주지 않아서 혼자 져야 하는 것이지만, 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음으로 해서 모든 사람이 평안할 수 있다는 사실!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무게감과 나의 무게감을 비교하면서 묵상해 보았습니다. ‘어쩌면 신자들의 그런 미안함과 위로가 나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말입니다.

 
박찬인 신부·대전교구 하기동본당 주임·2001년 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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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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