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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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나무를 발로 찼습니다!

황재모 신부(안동교구 신기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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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문경시 외곽에는 아주 신기한 성당이 하나 있습니다. 우선 본당 이름이 `신기동본당`이기에 신기한 성당이고, 다른 이유는 이 본당의 주일학교 아이들 때문이랍니다.
 신기동본당은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성인 신자가 100명 남짓한 아주 작은 본당입니다. 신자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뿐인 안동교구 내에서조차도 자립이 되지 않아 교구 원조를 받아 겨우 유지하는 본당이니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런데 이 성당에는 신기하게도 주일학교 학생이 50여 명이나 됩니다. 초등부 어린이들이 30여 명, 중고등부 학생들이 20여 명. 그러니까 본당 신자 30 이상이 주일학교 학생들이라는 말이지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본당 신부인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큰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 교우들이 많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물론 주일학교 담당 수녀님과 교사들(주부 교사 3명과 미혼 교사 1명)이 사랑과 정성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본당 신부 입장에서는 작은 시골 본당에 이만큼의 아이들이 있다는 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닙니다. 노인들 일색의 사목에서 숨통을 틔워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아이들 열성 또한 대단하답니다. 미사시간에 성가는 얼마나 잘 부르는지요. 요즘 아이들이 미사 시간에 입을 벌리지 않아 신부님들이 속상할 때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 신기한 본당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치 `누가 누가 더 잘하나` 경연하듯 얼마나 성가를 크게 잘 부르는지 모릅니다.
 특히 중고등부 아이들이 부르는 생활성가는 정말 일품입니다. 어디 그것뿐인가요. 강론시간에는 조는 놈 하나 없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모든 시선을 신부님에게 집중하면서 질문에 대답도 기가 막히게 잘 합니다. 이놈들이 강론 준비에 대한 부담을 엄청 주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고해성사는 또 얼마나 잘 보는지, 주일미사에 한 번만 빠지면 그 다음 주에는 예외 없이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에 참례합니다. 보람이라는 여고생은 미사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오늘은 그냥 성체 모시고 다음 주에 성사보면 안 되겠니?"라고 하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신부님, 안 돼요. 지난 번에 성사 보지 않고 성체 모셨다가 설사가 나서 얼마나 고생했는데요"라고요.
 올해는 무려 10명 어린이들이 첫 영성체를 했습니다. 그래서 파티도 제법 그럴싸하게 벌였습니다. 이 아이들 난생 처음 해보는 첫 고해 때 이런 얘기들을 합니다. `나무를 발로 찼습니다` `나뭇가지를 꺾었습니다` `벌에 쏘여 너무 아파 그 벌을 잡아 응징을 했습니다`….
 `신기한 성당`에서 착하고 순수하게 예수님 사랑을 배워나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분명히 이 아이들과 언제나 함께하시면서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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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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