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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맏형 같은 천주교

박문자 수녀(진안인보다문화가족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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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센터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100 수도회 지원금으로 운영한다. 그래서 늘 쪼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회ㆍ종교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실적 위주 프로그램에 주력해야 하고 보이는 결과에 비중을 둬야 하기에 때론 교회 방향과 무관해지기 쉬울 수 있다.
 얼마 전 평화신문에 우리 센터와 함께 에메릿다 가정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 시집온 지 9년이 됐지만 형편상 친정 한 번 가지 못해 그리움을 안고 사는 에메릿다가 고향에 다녀오도록 도와달라는 호소에 몇몇 분의 도움으로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됐다. 교통사고로 다리에 쇠를 넣고 살던 남편이 적출 수술을 받고 나면 내년 봄 쯤 갈 수 있다고 한다. 도와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개신교 신자인 에메릿다 남편은 "역시 맏형 같은 든든함이 느껴진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어떤 새댁이 서울에서 전주로 시집온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친정에 전화를 걸어 집에 가고 싶다며 흐느껴 울더란다. 가까운 거리인데도 이러한데 하물며 먼 이국 땅으로 시집 온 이들은 얼마나 가슴 저리도록 고향 가족들이 그립겠는가? 마음 같아서는 한두 명이 아니라 에메릿다 같은 가족을 모두 보내주고 싶다.
 얼마 전 베트남 신부님, 수녀님을 초대해 자조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푸엉이 신부님께 단도직입적으로 간곡히 부탁했다. "저, 베트남 보내주세요. 엄마, 아버지 그리고 동생들 너무 보고 싶어요. 꼭이요!"
 얼마나 간절했던지 마음이 아픈 신부님은 어떻게 해서라도 보내주기를 요청하셨다. `구하시오, 받으리라. 찾으시오, 얻으리라, 두드리시오, 열리리라`라는 그분 말씀을 이루고자 여기저기 몇 분 은인들께 사정을 얘기했고, 다행히 경비가 마련돼 고향에 갈 기회를 얻게 됐다.
 우린 아무리 두드려도 문이 아닌 곳에서 헛손질을 하다 보니 손목에 무리가 오기도 하지만 푸엉은 그분이 계신 곳을 정확히 두드린 것이다. 그것도 한방에 퍽! 푸엉은 신앙인이 아니지만 아마도 신부님께 말씀드리면 이뤄질 거라 믿었나 보다.
 우리를 통해 참 좋은 일을 하신 하느님께 `하느님, 당신도 저희들 없이는 아무일도 못하시지요? 그러니 저희들도 기 좀 펴고 당신 일 할 수 있도록 세상 잘 돌아가게 해 주시면 아니 되시겠습니까?`라고 강력한 화살기도를 올린다. 아울러 형편상 올해는 두 가족에게만 기회가 주어졌지만 다음엔 더 많은 가족에게 이런 고향 방문의 꿈이 푸엉처럼 한방에 이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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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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