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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신부 - teacher!!

이석재 신부(수원교구 안법고등학교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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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도 이제 6개월이 다 돼간다. 신부인 내가 실제로 일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학교생활은 낯선 환경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을 시작할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지금도 이 떨림은 남아있다. 앞으로 더 시간이 지나야 없어지겠지만(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르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됐다.
 그리고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요즈음 중ㆍ고등학교 학생들은 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나다.
 아침부터 자정까지 학교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제는 학교가 기숙사를 지어놓고 24시간 학교에서 생활하게 해 놓았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지상 목표가 돼 버린 우리 교육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돼 그런지, 본당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적이 많았는데 이젠 아이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첫 수업시간, 아이들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가톨릭계 학교라 신부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수업시간에 신부를 만나는 것이 신기했던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궁금한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 대한 호칭이었다.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부를지 애매했는지, 어떤 아이는 "신부님", 어떤 아이는 "선생님"하며 불렀다. 한동안 나에 대한 아이들 호칭은 신부님 아니면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어떤 학생이 그런 애매함을 없애는 호칭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바로 `신부-teacher`라는 호칭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학생식당으로 가는 한 무리의 학생들을 만나게 됐고, 그중에 한 학생이 나를 보면서 손을 흔들어가며 반가운 얼굴로 "신부-teacher"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신부-teacher`
 이때부터 나의 호칭은 `신부-teacher`가 되었다. 신부이기도 하고 선생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좋은 호칭을 붙여준 것은 감사하지만 나에게 또 하나의 십자가가 생긴 것 같아 무겁기만 하다.
 신부로 사는 것도 어려운데, 선생님으로도 잘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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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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