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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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초콜릿 하나로 아이들을 유혹하다

이석재 신부(수원교구 안법고등학교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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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학생들은 학교에서 거의 `산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침 7시 30분까지 등교해 밤 11시 30분까지 학교에서 머물러야 한다.
 특별히 우리 학교처럼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잠자기에 대부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완전히 집과 학교가 뒤바뀐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온종일 공부해도 모자란다는 생각들이 혹시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씁쓸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학생들도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정말 엄청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자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정규 수업시간에 거의 30 이상은 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수업을 하다 보면 이런 아이들을 깨우느라고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나도 처음에는 일일이 다 깨워가며 수업을 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수업에 집중시키고, 졸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음식을 이용한 방법인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을 수업시간에 주기 시작했다. 수업에 집중 잘하고, 또 문제를 잘 푸는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대량 살포(?)하기 시작했더니, 효과가 있었다.
 인간은 역시 먹는 것에 대한 본능이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자다가도 초콜릿을 걸고 뭘 하면 깨어나서 경쟁적(?)으로 임하는 학생들이 어찌나 무섭던지, 인간의 놀라운 본능에 감탄했다. 먹기 위해 하는 공부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잠을 자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내 수업 시간에는 의례 초콜릿이 있어야 수업이 된다. 늘 초콜릿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아이들이 그 초콜릿 하나라도 얻기 위해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아주 뿌듯하고 행복하다.
 더 좋은 것으로 유혹(?)하지 못해 아쉽지만, 내 마음을 아는지 초콜릿 하나에도 만족하며,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무척 사랑스럽다. 자신들도 분명 졸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눈꺼풀이 무거워질 것이다.
 그런 학생들을 깨워가며 공부시켜야 하는 마음은 아프지만, 아이들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지금의 이러한 현실은 분명 약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오늘도 초콜릿을 주머니 한가득 넣고 아이들을 유혹하러 교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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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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