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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저 어떡해요?

홍석정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삼고 7,8지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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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연락이 올 때는 대체로 뭔가 심상찮은 일이 이미 벌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때는 친했으나 차차 추억이 돼가는 이름이 휴대전화에 뜨게 되면 조금은 긴장이 된다.
 얼마 전 전화를 했던 마틸다도 비슷한 경우였다. 예전에 사목했던 본당에서 알게 된 마틸다는 홀어머니가 장사를 하며 집안을 꾸렸지만 살림이 어려워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던 청년이었다. 무사히 대학에 진학했던 아주 모범적인 청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이상했다.
 "신부님, 저 어떡해요?"
 울먹이며 하는 말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친했던 오빠에게. 그 오빠가 이상한 투자를 하라고 해서 처음에는 다단계 사기인가 싶기도 했지만, 친분도 있는데다 `원금이야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그동안 모아둔 거액의 학자금을 빌려줬다고 했다. 아마도 순식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부분도 없잖은 듯했다.
 하지만 이자는커녕 돈을 더 가져오지 않으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식으로 협박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협박에 지친 마틸다는 죽고 싶다며 흐느꼈다. 마틸다는 원금의 반만이라도 돌려받고 싶어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법적으로 문제 없게 꾸며놓은 치밀한 사기극에 제대로 말려든 것이다.
 맥이 탁 풀렸다. 그렇게 맺고 끊는 것을 잘하고 똘똘하던 녀석이 그 뻔한 속임수에 넘어가다니 속이 상했다.
 얘기를 듣자하니 자신에게 그렇게 모질게 대하던 오빠도 사실 너무나 착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사람이 그 지경까지 변했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돈이 문제였다. 수십 년의 우정도,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을 것 같던 사랑도 돈 앞에서는 맥도 못 추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하느님과 재물 둘 중에 하나만 섬기라고 하셨던 것일까?
 마틸다에게 그 오빠가 다시 전화하면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다.
 "오빠, 내가 하도 힘들어서 친한 신부님께 연락했더니 신부님이 잘 아는 형사를 소개시켜 줄 테니 다시 전화오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어."
 물론 마틸다는 내가 시키는대로 했고, 그 오빠는 겁을 먹었는지 더 이상 어떤 연락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록 돈을 돌려받지는 못했지만 협박을 받지 않게 됐다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그 후로 마틸다에게 다시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보니 잘 지내는 모양이다.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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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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