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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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사탕의 추억

홍석정 신부(의정부교구 청소년사목 7,8지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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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당에서 사목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본당 주일학교 아이들이 다니는 인근 중ㆍ고등학교 기말고사 기간 중에 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막대사탕을 나눠 준 적이 있다.
 어떤 날은 혼자, 또 어떤 날은 본당 수녀님과 주일학교 교사들과 함께 나갔다. 학교 앞에 가기 전에는 어떤 복장으로 나갈 것인지도 고민했다. 아침 미사를 끝내고 바로 나갔기에 처음에는 수단을 입고 사탕을 나눠줬다.
 수녀님은 "성당 밖에서 수단 입은 신부님은 처음 본다"며 잔소리를 하셨다. 수녀님 핀잔(?)에 의기소침해져 다음날은 수단을 입지 않고, 양복을 입고 나섰다. 그랬더니 수녀님은 어제 복장이 좋았는데, 오늘은 왜 이러고 왔냐고 한마디 하신다.
 보통 시험기간은 3일 정도고, 학교마다 일정이 약간씩 차이가 있어서 인근에 있는 거의 모든 학교를 방문할 수 있었다. 사탕을 나눠 준 첫해에는 막대사탕 150개들이 1통도 비우지 못했지만, 그 다음해에는 4통도 모자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신자 아닌 아이들 중에는 사탕을 나눠주는 `이상한 아저씨`의 정체를 놓고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신자인 친구들을 통해 정체를 알아낸 아이들은 성당에 나갈테니 사탕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사탕을 나눠주며 아이들을 관찰하니, 세례는 받았지만 냉담하고 있는 아이들 현황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불안한 눈초리로 내 눈빛을 은근히 피하는 아이에게 "저기, 얘야!"하고 부르면 흠칫 놀란다.
 "너, 이 사탕 가져가서 먹어라! 세례명이 뭐야?"
 "베드로요. 그런데 저 요즘 성당 안 나가는데요…."
 "괜찮아! 사탕 먹고 오늘 시험 잘 봐라! 힘내!"
 아무리 날이 궂어도 시험기간 중 하루는 꼭 나가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건네며 응원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차츰 `우리 학교에 또 와 주세요` `조금 더 빠른 시간에 와 주세요` 등 요구사항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탕 선교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청소년 미사가 학생들로 북적거리게 됐다. 냉담하던 아이들도 어느 날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청소년 미사 때 아이들이 우렁차게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자면, 마음이 울컥해지며 감동이 밀려온다. 이 착하고 빛나는 아이들이 어쩌다가 성적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받게 됐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함께….
 그저 단 한 개의 사탕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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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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