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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일기] 와우~ 기적같이 길이 뚫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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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말, 우체국 쇼핑몰의 초대를 받아 코엑스에서 위캔쿠키 체험 행사를 가진 적이 있다. 경기도 벽제에서 서울 코엑스까지 대략 한 시간이 걸리지만, 큰 행사를 빈틈없이 준비하고 싶은 우리 팀은 예상 소요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여유 있게 출발했다.

 그러나 서울외곽순환도로에 진입하면서 주차장이 무색할 정도로 차가 막혔다. 교통체증은 30~40분이 지나도록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로에 서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을 넘기면서부터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행사 주인공인 위캔이 지각할 경우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니 정말 아찔했다.

 걱정하지 말라고, 행사에 차질 없이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직원들을 격려하며 태연한 척하던 나도 내심 걱정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고, 더구나 날아갈 수도 없는 속수무책 상황이었다.

 나는 옆자리에 앉은 지적장애 근로인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신기하게도 성호경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길이 뚫리기 시작했고, 묵주기도를 하는 동안에는 막힘없이 차가 달리더니 마침 성호경을 할 때쯤 행사장에 들어서게 됐다.

 직원들은 "이해가 안 되는 희한한 일"이라고 했지만, 지적장애 근로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와우~ 우리가 기도했더니 기.적.같.이 길이 뚫렸어요"라며 감격해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하루에 감사할 다섯 가지를 적는 것으로 일기를 대신했다. 때로는 많은 것들에 고마워하고 행복해했지만, 어떤 날은 무엇을 감사해야 할지 생각하느라 끙끙댄 것도 사실이다. 요즈음 나는 무심하고 무덤덤하게 넘길 수 있는 일상 속에서도 지적장애 근로인들 덕분에 매일 매일 기적을 체험한다.

 지적장애 근로인이 근무일과 휴무일을 구분해서 출근하는 것도 기적이고, 하루 하루 사고 없이 일과를 마치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아침마다 "회사에 다녀오겠습니다"하는 지적장애 근로인의 모습에 기뻐하며 "위캔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는 지적장애 근로인 부모님의 한마디에서도 나는 기적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가진 것은 없지만 아쉬움이나 부족함을 모르던 내가, 큰맘 먹고 자존심을 접어야 남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내가, "선생하던 수녀가 쿠키 팔러 다니면서 스타일 다 구긴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내게 맡겨진 지적장애 근로인들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도 하고 아쉬운 소리도 할 줄 알게 됐으니, 이 또한 기적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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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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