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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일기] 날짜도, 장소도 없는 청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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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향숙(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사회복지법인 위캔 위캔센터장) 수녀

위캔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예외적 일이나 지적장애 근로인들에 관한 특별한 사항이 생기면 반드시 가정통신문을 통해 부모님들에게 공지하고, 분기별로 부모회의를 열어 중요한 사안들을 의논하기도 하고 알려주기도 한다.

 부모회의 때마다 강조하고 부탁하는 내용이 있다. 지적장애 근로인의 급여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말 것과 반드시 지적장애 근로인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그들 몫으로 돈을 모아 두라는 것이다. 지적장애 근로인이 위캔에서 고생한 후에 빈털터리가 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돈을 모아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 남은 삶을 홀로 살아가야 할 지적장애인의 앞날을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스물여덟 살인 지적장애 근로인 대의씨는 그동안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벌써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내년 5월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서영씨와 결혼할 계획도 갖고 있다. 양가 상견례를 마친 상태이고, 현재는 차근차근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위캔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대의씨 결혼 소식은 위캔 근로인들에게도 긍정적 자극을 줬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고 그 감정을 거르지 않고 표현하는 우진씨에게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다운증후군을 동반한 지적장애 근로인인 우진씨는 자신이 신랑이 되고 여자 팀장이나 직업재활팀 여자 선생님이 신부가 되는 청첩장을 벌써 두어 차례 돌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쭉 찢은 대학노트 한 장으로 만들어 위캔 게시판에 붙인 청첩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첩장-신랑 : 기우진, 신부 : 여자 친구, 사회 : 여광샘(작업장 총 책임자), 주례 : 원장님」

 여자 친구라는 말 대신 여자 친구 이름을 적어야 하고, 결혼식 날짜와 장소를 적어야 한다는 직원들 말에 우진씨 대답은 또 한 번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나도 장가가고 싶어요. 장가가고 나면 날짜 잡을 거예요…."

 대부분의 비장애인은 지적장애인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이란 비장애인에 비해 알아듣고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이지, 감정은 비장애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호감이 가는 이성을 좋아할 줄 아는 지극히 정상적 감정과 건강한 신체를 지닌 성인이다. 하느님 앞에서는 동등한 인격체요, 사랑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사실은 지적장애인도 사랑하고 사랑받을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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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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