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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일기] We Can, We Can, Yes We Can!

송향숙(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사회복지법인 위캔 위캔센터장)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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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편견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장애인을 외롭게 한다. 게다가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지적 장애인은 의사 소통이나 문제 해결력이 매우 부족해 위축되고 자신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캔에서는 쿠키를 구우며 사람과 또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지적장애인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하면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We Can`(위캔, 우리는 할 수 있다)이다.

 지난 달에는 한국치료공동체협회에서 주관하는 단축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 시각-운동 협응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에게 마라톤이라는 종목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위캔에서 실시하는 치료 공동체 프로그램의 비중을 고려해 위캔센터 지적장애인들도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위캔 식구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대회 전에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체력을 안배하는 훈련을 하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예측해 대처 방법들을 교육했다.

 마라톤 대회 날이었다. 텐트 안에 큰 대(大)자로 누워 마라톤 코스를 가리키며, "원장님, 가서 마라톤 뛰고 오세요"하던 덕민씨를 일으켜 앞장서 뛰게 했다. 건강상 이유로 도저히 뛸 수 없었던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라톤에 참가한 셈이다.

 시각-운동 협응력의 부족은 바라보는 사람을 얼마나 불안하게 하던지…. 금방이라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처럼 겅중겅중 뛰는 모습, 뜀박질 자체가 어눌한 모습, 같은 쪽 팔과 다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다가 한참을 머뭇거린 후에 제대로 달리기를 하는 모습….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도중에 하차해도 괜찮으니까 제발 다치지만 말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땀을 비 오듯 쏟으면서 무리지어 달리며 완주하는 위캔 식구들 모습은 나를 감동, 또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먼저 결승선에 들어온 친구들은, 아직도 힘겹게 달리고 있는 위캔 식구들에게 마중 나가 발을 맞추며 함께 달려주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결국 마라톤 출발선을 떠난 위캔 식구들은 한 사람도 낙오없이 완주 기념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얼마나 뿌듯해하고 기뻐하던지, 곁에 있던 나까지 기쁨에 겨워 흥분할 정도였다.

 그렇다. 지적 장애인은 비장애인처럼 무엇이든 혼자서 거뜬히 해내지는 못한다. 그들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너와 내가 함께 하면,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위캔(We Ca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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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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