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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저도 꽃다발 받고 싶어요, 그래서 위캔 그만 둘래요

송향숙 수녀(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사회복지법인 위캔 위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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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은 약 240만 명이다. 그 가운데 지적장애를 포함한 정신장애인은 26만 명쯤 되는데, 이들도 일하고 싶고 자립하고 싶은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적장애인은 `고비용 저효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기에 고용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다. 지적장애인을 고용하는 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다. 100 지적장애인만 고용하는 곳은 위캔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적장애인들은 취업을 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취업에 대한 열망은 큰 데 반해 기회를 제공하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위캔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단순하다. 우선 지적장애인이어야 하고, 성인이어야 하며, 신체 건강하고, 직업 규칙 준수가 가능하며 또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자이어야 한다. 위캔의 채용 절차도 단순하면서 명쾌하다. 보호자 입회 아래 실시하는 공개시험과 공개면접을 통한 공개채용이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일하고 싶어하는 본인 의지다. 때때로 보호자의 설득과 요구에 떠밀려 오는 지적장애인은 우선적으로 탈락되는데, 이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왜 위캔에서 일하고 싶은가?"하는 질문에 억지로 끌려온(?) 지적장애인은 집에서 아무리 연습을 시켜도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다"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위캔에 입사한 지적장애 근로인이 퇴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건강상 이유나 이사 문제로 퇴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퇴사할 때는 위캔 구성원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석별의 정을 나누고 선물과 꽃다발을 증정한다.

 어느 날, 재민씨가 오더니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저도 꽃다발 받고 싶어요, 그래서 위캔 그만 둘래요…." 퇴사할 때 꽃다발 받는 것이 부러웠던 것이다. 다른 축하 날에도 꽃다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도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퇴근길에 교사가 꽃다발을 사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재민씨 문제는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데서 연유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모상담을 통해 가족뿐만 아니라 위캔 직원들이 재민씨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기로 했다. 지적장애인에게는 시들고 마는 꽃다발보다 마음으로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관심과 배려, 사랑의 꽃다발이 더 필요하다.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꽃다발과 바꾸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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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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