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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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위캔 주인은 하 느 님, 바로 당신

송향숙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사회복지법인 위캔 위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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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말하듯 그렇게 어려운 것만도, 그렇다고 만만히 여길 만큼 쉬운 것만도 아닌 수도생활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크고 작은 어려움과 몇 번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캔 시설장`이라는 소임을 받았을 때는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야말로 두려움 그 자체였고, 나를 짓누르는 두려움의 크기만큼 내가 서원했던 `순명`의 어려움을 통절하게 실감할 뿐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일할 수 있도록 사람을 보내주십시오"하는 기도로 위캔에서의 소임을 시작했다.
 위캔은 정말 새로운 세계였다. 한 시설의 책임자가 설정하는 지향과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름끼치게 깨달으면서 "나의 결정과 선택이 위캔의 미래와 하느님 영광을 위한 것이게 해주세요"하는 간절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만나는 사람들도 많이 달랐다. 그동안 일했던 학교나 교구청, 본당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적어도 내게 호의를 갖고 다가오는 `교회 안`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일반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장애인이 만든 쿠키를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급여를 줘야 하는 위캔에서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거래`하는 사람들이었다.
 약자의 설움을 알아가면서, 또 바람 잘 날 없는 풍랑 속에 혼자 떨어진 느낌으로 살아가면서 이제야 세상을 배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더 하느님께 매달리고 의지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위캔에서 하루하루는 더 깊이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내 능력 너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또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도 모를 때, 하느님은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주시고 길을 열어주시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시간과 노력으로 봉사하는 사람, 자신의 전문성을 기부하는 사람, 자신의 인적 자원을 동원해 또 다른 고마운 사람을 연결해 주는 사람, 물적 자원을 기부하고 후원하는 사람…. 나는 이런 사람들을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 위캔을 이끌어가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깨닫는다.
 지적장애인들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 위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넘어야 할 산도 아득하지만,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또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위.캔.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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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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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27장 2절
일찍 일어남도 늦게 자리에 듦도 고난의 빵을 먹음도 너희에게 헛되리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이에게는 잘 때에 그만큼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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