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형제들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곳!

김민호 신부(수원교구 가남본당 주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여보세요? 저 △△반장 ○○○인데요, 오늘 저희 반모임에 신부님을 모시고 싶어서요. 와 주실 수 있으시죠?"
 "예, 곧 가겠습니다."
 어느 반장님께서 반모임에 초대하는 전화였다. 내가 사목하는 가남본당은 시골 본당이기 때문에 신부가 직접 소공동체 모임에 참석해 격려해주기를 원하는 반이 많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반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반장님께서 초대를 해주셨는데 아무 옷이나 입고 갈 수 없어 정장 차림을 하고 반모임이 열리는 곳으로 갔다.
 모임 장소에 도착해보니 어르신 6~7분이 모여서 준비를 하고 계셨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귀가 어두워서 잘 들리지 않는 할아버지, 다리가 불편하셔서 걷기조차 힘드신 어르신들…. 내가 봐도 참 이분들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반모임을 하는데 그 깨알 같은 성경 구절을 한 소절이라도 읽으려고 애쓰시는 어느 할머니 모습이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한 분 한 분의 정성어린 자유기도를 들을 때마다 마치 하늘나라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함께 나누는 시간, 어르신 중 한 분이 "내 나이 80에 이렇게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 바로 하느님 은총"이라며 앞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셨다. 그 어르신의 소박한 고백에 참석한 모든 분께서 큰 박수로 격려를 해주셨다. 당신 몸을 추스르기도 어려우실 텐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뒤이어 모든 사람이 삶을 나누고 다 함께 기도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과 시간, 아마 어르신들께서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리셨던 것 같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한 상 가득 과일과 음료, 약간의 주류들이 곁들여져서 마치 성대한 잔치에 참여한 기분이었다.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각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되고, 서로 어려움도 이야기하면서 나는 `사랑하는 우리 신자들이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사제인 나는 너무나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고 반성하게 됐다.
 신자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는지, 사목자로서 그들의 가려운 부분 또 힘든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진정한 목자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1-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요한 14장 23절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