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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초심

김민호 신부(수원교구 가남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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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가 읽은 것을 믿고, 믿는 것을 가르치고, 가르친 것을 실천하십시오."
 주교님이 사제서품식에서 말씀하신 훈시 중 일부다.
 이 말씀대로 교회에 봉사하기 위해 사제직에 투신한 지도 올해로 10년 차, 이제 어느 정도 사제생활에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아직도 미사를 집전하는 나의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교우들과 교회 공동체에 죄송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왜냐면 교우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미사 중 사제의 강론을 통해 영신적 위로와 힘을 얻고, 영성체로 영혼의 살을 찌우는 잔치에 참여하게 되는데, 나는 그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며 직무에 충실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미사 때마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특히 가장 두렵고 떨리는 시간은 바로 강론시간이다. 강론은 단순히 강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론 원고를 작성해 그대로 신자들에게 읽어 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내 삶이 뒤따라가지 않는다면 그 강론은 죽은 강론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새 신부 때부터 지금까지 원칙으로 삼고 지내고 있다.
 그래서 강론대로 살아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것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그래도 나는 두렵지가 않다. 왜냐면 나의 부족함을 다 알고 계신 그분이 함께 계시기에….
 미사를 온 마음으로 집중해 집전을 하다 보면 날씨가 쌀쌀한데도 어떤 때는 등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 때가 있다. 이 시간이 나에게는 정말 다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하고 보람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통해 나의 영신적 성숙뿐만 아니라 교우들과 교회 공동체의 영적 성장을 기대해 본다.
 나에게는 간절한 소망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사제수품 때의 첫 마음을 잃지 않도록 주님께서 나를 지켜주시기를 바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내가 이 제단에서 미사를 드리다가 선종할 수 있는 은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예수님! 저는 비록 당신 앞에 미약한 죄인이오나 간절히 청하오니 사제수품 때 지녔던 그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항상 새 사제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또한 제가 이 제단에서 당신께 감사와 찬미의 제사를 드리다가 선종할 수 있는 은혜도 허락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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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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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근심은 사람을 짓누르지만 좋은 말 한마디가 그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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