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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나 신부 맞아?

김민호 신부(수원교구 가남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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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에서 생활하다보면 신자들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들어줘야 할 때가 많다. 그것이 신앙생활과 직결된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 형제가 찾아와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받으려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필요한 준비를 하셔서 면담 후에 하시면 됩니다"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는 다른 사정을 털어놓았다(자세한 사연은 사정상 밝히지 못함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도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하고 위로하고 면담을 마쳤다. 그 날 이후로 그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교구 법원에 제출하고나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그런데 몇 달 후에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한 봉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병원에 갔었는데, 병원에서도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고 집으로 모시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 결과가 나오는 것인가? 그가 잠시라도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기다리기를 6개월. 바로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앞두고 다행히 두 사람이 혼인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는 건강이 악화돼 성당에 나올 수 조차 없어서 직접 집을 방문해 혼인성사를 드려야 했다. 면담을 거쳐서 혼인성사를 집전하고, 이어 성사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고해성사를 드렸다. 바로 이어서 병자성사를 드리면서 영성체를 해드리고, 견진성사를 받지 않으셨기에 견진성사까지 집전을 했다. 한 번에 네 가지 성사를 집전한 셈이다.

 형제의 얼굴을 보니 많이 편안해져 있었다. 그는 그동안 성사생활을 하지 못해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을 털어버렸다는 생각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일찍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 신부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자의 어려움을 듣기는커녕 외면해 버린 적이 너무나 많았기에 드는 자책감이었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제는 단 한 사람의 어려움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예수님께서 나를 사제직에로 부르신 이유가 아래의 성경 말씀에 있기 때문이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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