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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일기]''산타클로스가 뭐예요?''

임순연 수녀(사랑의 씨튼수녀회,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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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온 초등학생 영국(가명)이가 공부방에 들어서자마자 "산타클로스가 뭐예요?"하고 물었다.

 "어? 아 산타클로스?! 그러니까 산타클로스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산타클로스를 모르는 아이들이 바로 내가 매일 만나는 새터민(북한이탈주민) 어린이들이다.

 새터민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는 몰라도 유난히 정이 많고 순수하다. 간식으로 나온 고구마 중에서 제일 크고 맛있게 생긴 것을 공부방 선생님에게 골라 드리고, 늦게 오는 친구를 위해 먹을 것을 남겨두기도 한다. 바닷가에 가면 "젖은 옷을 어떻게 말리려고 하느냐?"는 말이 무색하게도 그냥 물속에 뛰어 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루는 텃밭에 고구마를 심는 내게 아이들이 "그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님다"며 고구마 심는 법을 자세히 가르쳐 줬다. "언제 고구마를 심어 봤어?"하고 물으니, "감자는 엄청 많이 심어 봤는데, 둘 다 심고 키우는 것은 비슷하지 않겠느냐"며 "북녘에서는 호미를 들 수 있을 때부터 밭일을 한다"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어버린 새터민 아이들은 외부에서 지원받은 쌀이나 국수, 우유, 김치 등을 나눠주면, "창피해요"라거나 "무거워서 못 들고 가요"라는 말을 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좋아서 가져간다. 어려서부터 배고픈 고통과 먹을 것의 소중함을 알아버린 탓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던 때 태어난 아이들이라 대부분 체격이 왜소하고 체력도 약하다. 심지어 영양부족으로 치아성장이 멈춰 있다가 이곳에 와서 다시 자라는 아이도 있다.

 새터민 청소년 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체로 성적이 반에서 하위권에 머문다. 하지만 `내가 저 친구보다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경쟁의식보다는 `친구는 그냥 친구고, 저 친구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건강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단지 교복 입고, 자전거 타고 학교에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기쁘고 행복해 한다.

 아이들의 바람은 `내가 느끼는 행복과 기쁨을 북녘 친구들도 함께 누리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북한을 탈출할 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온 가족과 친척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런 새터민 아이들과 함께 매순간 작은 기쁨과 슬픔, 희망을 나누며 다가올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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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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