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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거위의 꿈, 분단 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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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했다. 태어날 때부터 귀 모양이 기형인 영숙(가명)이 성형수술을 위해 병원에 찾아갔다.

 영숙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엄마는 탈북 후 중국에 숨어 살다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이고 아빠는 중국인(한족)이다.

 영숙이는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귀 때문에 놀림을 받은 터라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활발하던 성격도 조금씩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1~2년 정도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 정상에 가까운 귀 모양을 갖게 된다고 한다. 고마운 의사 선생님 덕분에 영숙이는 안경도 쓸 수 있고 친구들 놀림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영숙이처럼 중국에서 태어나 자란 `중도 입국` 새터민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부모 또는 부모 중 어느 한 쪽이 새터민이고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한다. 어머니가 탈북자인 경우가 많은데, 어릴 때 중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 살거나 공안에 한두 번 잡혀갔던 경험이 있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새터민 어린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한다.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북한 출신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조선족` 또는 `어려서 중국에 살았다`는 정도로만 말한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 이후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에 빠졌을 때 태어나 아주 어릴 적부터 힘든 밭일이나 땔감을 져 나르는 고된 노동을 하면서 자란 탓인지 체격이 왜소하고 체력도 약하다. 한창 공부할 시기에 중국을 떠돌며 불안정한 생활을 해서 그런지 15살이 넘도록 한글을 잘 모르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다. 남한에서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흔히 배우는 영어를 잘 못하는 것도 따돌림 원인이 된다. 또 상당수 새터민 아이들이 양부모(養父母) 또는 한부모와 살거나 어려서 부모와 떨어져 친척집에 맡겨져 자랐기 때문에 부모와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새터민 청소년들은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심각한 성장통을 앓는다.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한 남한 사회에서, 편견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 현실에서 `분단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아이들 누구나 가슴속에 한 가지쯤 꿈을 품고 있음을, 그리고 언젠가 현실이란 높은 벽을 넘어 그 꿈을 이루리라는 것을.

임순연 수녀(사랑의 씨튼수녀회,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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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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