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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새터민, 먼저 온 선물

임순연 수녀(사랑의 씨튼수녀회,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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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소개했던, 태어날 때부터 귀 모양이 기형인 영숙(가명)이 어머니는 단돈 만 원만 받고 거의 무료로 귀를 성형수술해준 고마운 의사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북한식 순대를 만들어드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영숙이 어머니와 함께 인천 십정동 축산물도매시장에 순대 만들 재료를 사러 갔다.

 그런데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 "다음 교차로에서 북항, 가좌IC 방면으로 좌회전입니다"하는 길안내 음성이 계속 흘러나왔다. 옆에 앉아있던 영숙이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아니, 수녀님. 이 사람이 지금 뭐라고 함까? 요거이 북한 과자공장이라고 함까?"하고 물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북한 과자`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북한 과자공장에 과자 사러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함께 웃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우리네 간절한 희망이다.

 새터민을 흔히 `먼저 온 미래`라고 일컫는다. 한 걸음 한 걸음 통일로 향하는 우리에게,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될 미래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을 `먼저 온 선물`이라 부르고 싶다. 북한 주민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하느님께서 이 땅의 평화를 허락하시며 우리에게 주실 선물이자 우리가 보듬고 끌어안아야 할 형제이기 때문이다. 슬픔과 분노, 갈등과 대립을 넘어 북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통일된 미래를 위해 `먼저 온 선물`인 것이다.

 그런데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가 계속되면서 남북한 국민들은 너무나 감정적 골이 깊어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과 대립 상황으로 악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새터민들은 흔히 "윗동네 것들은 윗동네로 가라,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라는 말을 들을 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남한에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분단 역사 60여 년 세월만큼이나 남북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전혀 다른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살아왔기에 서로에게 느끼는 이질감 또한 클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불신과 새터민에 대한 편견 속에서 얻는 체험 역시 통일에 앞서 `먼저 온 선물`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면 새터민이 된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환한 미소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새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먼저 온 미래`라는 새터민들을 통해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묵상하면서, `오늘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북한을 만나고 미래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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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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