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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네 살 교실의 풍경

윤인재 수녀(대구가톨릭대부설 어린이집, 예수성심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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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발을 디디면서 엄마와 첫 이별을 경험한다. 아침에 헤어졌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만나게 되는 짧은 이별인데도 아이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어서 아침마다 교실은 울음바다가 된다.

 하루 이틀 울다가 적응을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거의 한 달 동안 "엄마 보고 싶어" "난 엄마가 좋아" "엄마한테 갈래"라는 말로 애를 태우는 아이들이 한두 명은 꼭 있다. 낮잠시간에 잠을 자면 엄마에게 가지 못할까봐 앉아서 꼬박꼬박 졸면서도 침대에 절대 눕지 않으려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가 돼보지 못한 수녀가 우는 아이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마음이 참 많이 아프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에는 반드시 열매가 맺히는 법, 우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안아주며 사랑을 쏟다보면 엄마에게만 열어두었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교사와 아이 사이에 신뢰감이 생기고 사랑이 싹트면 아이들은 어린이집 생활을 재미있어 하고 교사의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교사에게 위로도 주고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어느 날 감기가 심해 기침을 아주 많이 했다. 정말 힘들었던 순간에 웅이라는 아이가 근심어린 눈으로 "약 먹었어?"하고 물었다. 네 살 먹은 아이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고맙고 기특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교사의 몸짓 하나하나에 시선이 머물고, 손가락에 있는 작은 상처 하나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네 살이 울고 웃는 이유가 정말 사랑스럽다. 어떤 아이는 친구가 자기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야"라고 했다며 너무도 서럽게 울고, 어떤 아이는 "○○가 자기 집에 놀러 오지 말래요"하며 무슨 큰일이 난 듯 펑펑 운다. 그러나 그 마음을 읽어주고 안아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환해지고, 친구와 토닥거리다가도 "미안해"라는 한마디만 들으면 세상을 얻은 것처럼 만족스러워한다.

 아무런 편견이 없는 아이들, 어딘가에 도깨비가 있다고 믿는 아이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울고 웃으며 뒹굴고 노래하는 교실은 언제나 희망이 꿈틀거리는 작은 천국이다.

 나는 오늘도 `영혼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치유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은 또 어떤 일로 웃게 될까? 어떤 말로 위로를 받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의 창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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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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