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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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빛누리(세상) 희망 찾기

김희경 수녀(그리스도 성혈흠숭수녀회, 빛누리 다문화가족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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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아~ 잘 다녀왔어요! 잘 지냈어? 오늘 날씨 춥다~."
 존댓말과 반말을 이리저리 섞어 쓰는 아름이 엄마가 늦은 시간에 퇴근해 들어온다. 아름이 엄마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6년이 지났어도 두세 살 아이보다 문장 구성력이나 어휘력이 빈약하다.
 오늘은 아름이 엄마 얼굴이 유난히 밝아 보인다. 밝은 표정을 보니 `이제 맘이 좀 풀렸구나`하고 내심 안도의 숨을 쉰다.
 아름이 엄마는 아버지뻘 되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삼십대 중반 이주민 여성이다. 결혼 후 남편의 잦은 구타와 구박, 혹독한 시집살이에 시달리던 그는 견디다 못해 (이주 여성을 위한) `늘 푸른 쉼터`에 피신해온 후 어느 정도 심신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다행히 아름이 엄마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처음엔 표정이 너무 어둡고 말수도 적어 걱정했는데, 어느 정도 건강도 회복되고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면서 올해 초부터 공장에 다니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서툰 한국말이지만 나름대로 유머를 써가며 즐겁게 생활하는 아름이 엄마 모습이 보기 좋다.
 얼마 전 아름이 엄마는 남편 몰래 어린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사랑하는 딸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고,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엄마의 안타까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딸의 얼굴을 먼발치에서 보고 와서 얼마나 가슴앓이를 하던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려왔다.
 집으로 돌아가자니 남편의 학대와 고된 시집살이가 두렵고, 그냥 이렇게 살자니 어린 딸을 만나지 못하는 엄마로서 미안하고 삶이 고달프기만 하다. 아름이 엄마가 행복을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만 여기지 않을까 안타깝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1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5에 달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급속히 증가한 결혼 이민자들은 사회ㆍ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 너무도 많다.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 여성들을 보살피는 것이 교회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새로운 사도직을 시작하는 데는 수많은 도전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주 여성들의 `희망 찾기`에 우리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곧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오실 아기 예수님께 `희망 찾기` 은총을 청하며 복된 대림시기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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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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