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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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싱싱한 마음!??

김희경 수녀(그리스도의 성혈흠숭수녀회, 빛누리 다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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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센터에 들어서면 마치 한창 한글을 배우는 어린 아이가 사는 집인가 싶게 집안 구석구석, 여기저기에 낱말 카드가 붙어 있다. 교실, 칠판, 주방, 냉장고…. 우리말을 배우는 이주민들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주민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가능한 간략한 문장으로 대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다수 결혼이주여성들이 타국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문제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기에 빚어진 사소한 오해가 부부와 고부 갈등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온갖 구박과 설움, 심리적 폭력에 시달리는 이주여성들 삶은 참으로 고달프다.
 말을 배우기 어려운 만큼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도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기에 이주여성들이 우리말을 잘 배울 수 있게 도와주고,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듯 닦달해서는 건강한 가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혼이주여성은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고, 우리 이웃이며, 그 가정의 아내ㆍ어머니ㆍ며느리다.
 대부분 이주여성들이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우리 센터에서는 개인별로 한글교육을 실시한다. 이주여성들은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그 뜻을 익히려고 시도 때도 없이 반복해서 사용한다. 때로는 자신이 잘 모르는 단어를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한 이주여성에게 우리말을 가르칠 때, "그 `뜻`이 뭐냐 하면…"이라고 설명했더니 `뜻`이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의미`라고 했더니 다시 `그 의미는 무엇이냐`는 식의 질문이 꼬리를 문다. 국어사전을 동원해 갖가지 예를 들어가며 어렵게 설명한 후에야 `아하~!` 하고 겨우 이해하는 표정을 볼 때면 그 반가움과 시원함,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단어 하나의 뜻을 이해시키는 데도 이렇게 많은 노력과 시간,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반복 과정이 한편으로 낯선 타국 생활에서 상처 받은 이주여성들 마음을 치유하고 새살이 돋게 하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한창 우리말 배우기에 재미를 붙인 한 이주여성이 환하게 미소를 띠며 말했다.
 "수녀님, 요즘 내 마음이 참 싱싱해요!"
 나름대로 새로 배운 단어를 활용한 것이다. 단어 사용이 그리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그 이주여성의 `싱싱한 마음`이 충분히 짐작됐다. 국어사전에 풀이된 `싱싱하다`는 단어의 뜻 그대로 `시들지 않고 생기 있게`, `힘이나 기운 따위가 왕성하게`, `기세 좋게 돌아가는` 그의 새 삶에 작은 힘이 되길 기도하며 이 순간을 봉헌한다. "힘내세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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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4장 23절
무엇보다도 네 마음을 지켜라. 거기에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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